(중)밭에서 매장까지...로컬푸드의 하루

▲ 로컬푸드 직매장 참여 농민 장성일씨가 8일 북구 상안동에 위치한 비닐하우스에서 그날 출하할 농작물을 수확해 농협울산유통센터 내에 위치한 매장으로 이동, 이른 아침 수확한 신선한 상추 등을 매대에 진열하고 있다. 김도현기자 gulbee09@ksilbo.co.kr

이른 아침 출하할 작물 수확해
직접 손질·포장·바코드 작업
생산자가 진열…재고관리까지
안정적·고정적 판매처 확보 장점
월 5~10회 잔류농약등 품질 검사
선별불량·기한 초과 엄격한 제재

울산 농협하나로마트 내에 위치한 로컬푸드 직매장에서 판매되는 농산물에는 작물을 재배한 농민의 이름과 출하날짜, 농지주소 등의 정보가 담겨있다. 즉, 작물을 재배한 농업인의 이름이 자신만의 고유 브랜드가 되는 것이다. 우리가 로컬푸드 직매장에서 구매하는 싱싱한 농산물들이 매대에 오르기까지 어떠한 과정을 거치는지 농민들의 하루일과를 직접 동행취재하며 알아보았다.
 

 

◇수확에서 포장, 진열까지 농민들 손으로

#지난 8일 오전 6시30분께 울산 북구 상안동 95-1. 이른 아침부터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가운데 비닐하우스에서 로컬푸드 직매장 참여 농업인인 장성일(49)씨의 하루가 시작됐다. 장씨가 오늘 울산농협유통센터 로컬푸드 매장에 출하할 작물은 무, 상추, 얼갈이 배추 등이다. 아침이슬을 머금어 초록을 뽐내는 배추와 무 등이 흙에서 뽑혀 지게에 옮겨진다.

#오전 7시부터는 장성일·김영애(46)씨 부부와 일꾼들이 모두 일손을 합쳐 수확한 작물을 다듬기 시작했다. 방금 수확한 작물의 흙을 털어내고 손질한 다음에 포장까지 농민들이 직접 실시한다. 평균 1~2시간 소요되는 손질 및 포장작업은 오전 일과 중 가장 시간이 오래 걸리는 과정이다.

#오전 9시30분께 장씨가 포장을 마친 작물을 들고 울산농협유통센터 로컬푸드 직매장에 도착했다. 장씨는 작업장에서 작물의 기본정보와 가격을 입력한 후 바코드를 출력, 포장을 마친 작물에 능숙하게 바코드를 붙였다. 품목별로 자리가 정해진 판매대에 장씨가 작물을 진열하자 이내 손님들이 물건을 고르기 시작했다. 이날 밭에서 수확한 배추와 무가 첫손님의 장바구니에 담기기까지 소요된 시간은 불과 4시간에 불과하다.

장씨는 지난 2015년 울산농협유통센터 로컬푸드 직매장이 개장했을 때부터 참여한 원년 멤버다. 북구 상안동 일대에서 1만6000㎡(5000여평) 규모의 농사를 짓는 장씨는 대농(大農)에 포함된다. 그가 로컬푸드 직매장을 통해 올리는 매출만 해도 한해에 평균 5000~7000만원 가량이다.

장씨는 “안정적이고 고정적인 판매처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로컬푸드 직매장의 최대 장점”이라며 “현재는 한해에 출하되는 농작물의 절반 정도가 로컬푸드 직매장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 실제 로컬푸드 매장에 참여하면서 한해 매출이 15~20% 가량 증가했다”고 말했다.

판매대에 오늘 수확한 작물이 진열됐다고 장씨의 하루 일과가 끝나는 것이 아니다. 중간중간 농협하나로마트 로컬푸드 직매장 자체 앱을 통해서 재고 현황을 파악해야 한다. 물건이 많이 팔리는 날이면 오후에도 작물을 추가 출하하는 등 재고관리도 농민들이 담당하고 있다.
 

 

◇소규모 농가들도 참여…안정적인 소득원 확보

울산원예농협 로컬푸드 직매장에 작물을 출하하고 있는 이영주(여·63)·박준길(67)씨 부부는 퇴직 이후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10여년 전 퇴직한 이씨는 원래 소유하고 있던 울주군 두서면 미호리 일대에서 3000㎡(1000여평) 규모의 농지를 운영하고 있다. 상추, 배추, 당근, 양파, 마늘 등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고 있는 이씨가 농가소득을 올리기 시작한 것은 로컬푸드 직매장에 참여하면서부터다.

이씨는 지난 2016년 울산원예농협 하나로마트에 로컬푸드 직매장이 문을 열면서부터 자신이 가꾼 농작물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전까지만 해도 취미삼아 농산물을 가꾸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는 정도였지만, 로컬푸드 직매장이라는 판매처를 확보하면서 3년 전 퇴직한 남편과 함께 본격적으로 농사일에 뛰어들었다.

이씨는 “처음에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무릎이 안 좋아져 취미겸 운동삼아 농사일을 시작했는데 이제는 본업이 됐다”며 “본격적으로 농사일을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아 아직 여기저기 들어가는 비용이 많지만, 한해 평균 3000~4000만원 정도의 고정수입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하루는 매장에서 제가 수확한 작물을 진열하는데 한 손님이 제 이름을 알아보고 ‘덕분에 맛있는 상추를 너무 잘먹고 있다’고 얘기를 해주시더라”며 “손님들이 내가 수확한 농산물을 맛있게 먹는다는 말을 들으니 정말 농사짓는 보람을 느꼈다”고 전했다.
 

 

◇철저한 품질검사 거쳐 시민들 식탁으로

울산지역 로컬푸드 직매장에서 판매되는 농산물들은 철저한 안정성 및 품질 검사를 거쳐야만 소비자들의 식탁에 오를 수 있다.

농민들이 로컬푸드 직매장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로컬참여신청 △농협상담 △교육이수 △출하약정 △생산후접수 △방문확인 안정성검사 △수확 및 포장 △가격결정 및 바코드 부착 △진열 및 판매 등 일련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작목별로 유통기한은 상추, 열무, 배추 등의 쌈채류·엽채류가 1일로 당일수확, 당일판매를 원칙으로 한다. 과실, 과채, 버섯류는 1~2일, 고구마, 감자, 콩, 마늘 등의 두류·근채류는 1~3일, 건물류와 잡곡류는 최대 15일까지 진열이 가능하다. 당일 판매되지 못한 신선식품의 경우 소량은 전량 폐기하고, 일부는 공판장 등을 통해 판매되기도 한다.

참여농민이 선별불량, 진열기한초과, 이물질 검출 등으로 운영원칙을 어길 시에는 1차 경고에서 출하정지, 영구제명 등의 제재를 받게된다.

울산농협 관계자는 “소비자들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월 5~10회 가량 한국식품연구원을 통해 잔류농약 수거검사와 식품안전검사 등을 실시하고 있다”며 “현재는 매장별로 운영에 다소 차이가 있지만, 향후 전국 공통으로 적용되는 안전관리 매뉴얼을 만들어 안정성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우사기자

로컬푸드 직매장 참여 농민 장성일씨가 8일 북구 상안동에 위치한 비닐하우스에서 그날 출하할 농작물을 수확해 농협울산유통센터 내에 위치한 매장으로 이동, 이른 아침 수확한 신선한 상추 등을 매대에 진열하고 있다. 김도현기자 gulbee09@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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