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중구문화원·마두희축제추진위
필리핀 3대축제 ‘마스카라’벤치마킹
1980년 경기침체 벗어나려 축제 제안
바콜로드시서 매년 10월 3주간 열

▲ 필리핀 마스카라페스티벌 현장. 웃는얼굴 가면을 쓴 행렬단이 거리로 나섰다. 올해는 15개 팀이 참여했다. 팀별 인원은 100명에서 200명 선. 삼바리듬에 맞춰 격력한 춤사위를 펼치면서 2㎞ 거리를 행진한다.

울산 중구문화원·마두희축제추진위
필리핀 3대축제 ‘마스카라’벤치마킹
1980년 경기침체 벗어나려 축제 제안
바콜로드시서 매년 10월 3주간 열려
10대~50대 다양한 연령대 주민 참가
‘형형색색’ 갖가지 모양의 가면 착용
자비로 마스크·복장 구입 행렬 가담
‘미소의 도시’ 지역 자부심으로 우뚝

울산에는 여러 축제가 있다. 시·구·군과 각종 사회단체 등 축제를 주관하는 운영주체뿐만 아니라 먹거리, 아름다운 자연경관, 계절에 따른 문화행사, 전통문화의 계승, 대시민화합 등 목적 또한 다양하다. 시간이나 공간에 따라 변화를 거듭하는 것이 지역축제의 숙명이지만, 한가지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주민의 손으로, 주민에 의해 지속될 때 그 축제는 꺼지지 않는 생명력으로 오랫동안 이어갈 수 있다. 300여년 전통의 울산전통놀이를 축제로 발전시켜 온 울산중구문화원(원장 박문태)과 마두희축제추진위원회가 지난달 말 필리핀 바콜로드를 다녀왔다.

필리핀의 3대축제, 마스카라 페스티벌(Masskara Festival·10월8~28일)을 참관하기 위해서였다. 탐방단은 40년전 악조건 속에서 시작된 페스티벌이 수십년 간 중단되지 않고 오히려 자국을 너머 아시아권 전역으로 초청받는 글로벌 축제로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고 돌아왔다. 정답은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축제에 대한 자부심에 있었다.

 

마스카라 페스티벌은 필리핀 설탕산업의 중심지였던 필리핀 중부 네그로스섬(島) 바콜로드시(市)에서 매년 10월에 열린다. 약 3주 동안 열리기 때문에 바콜로드 시민들 이외에 네그로스섬이 포함된 비사야제도(Visayas)의 모든 주민들이 바콜로드로 몰려 와 축제를 즐긴다.

이때 주민들은 갖가지 형태와 색깔로 치장한 가면을 착용하고 축제에 참가한다. 축제를 상징하는 ‘웃는 가면’(smiling mask)에는 ‘늘 웃으며 행복하게 살자’는 기원이 담겨있다. 축제명칭 ‘마스카라’는 2가지 의미가 들어있다. 하나는 ‘대중’ ‘군중’을 의미하는 영어 ‘mass’에 ‘얼굴’을 뜻하는 에스파냐어 ‘kara’를 붙인 것이다. 필리핀 말(타갈로그어)로는 ‘가면’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화려한 마스카라 페스티벌은 아이러니하게도 바콜로드 경기가 나락 속으로 떨어졌던 1980년에 시작됐다. 바콜로드는 설탕산업이 번성해 한때 ‘슈가랜디아’(Sugarlandia)라고 불릴 정도였다. 하지만 1970년대 후반부터 사탕수수 가격이 폭락하며 위기가 찾아왔다. 생명줄이던 설탕산업이 곤두박질치면서 많은 사람들이 굶주리기 시작했다. 설상가상 1979년에 설탕을 싣고가던 돈후안 호가 침몰했다. 700여 명이 한꺼번에 목숨을 잃는 대참사가 벌어진 것이다. 바콜로드는 매우 침체될 수밖에 없었는데, 이러한 분위기에서 벗어나고자 바콜로드 예술협회가 시민 모두에게 ‘웃는 가면’을 쓰자고 제안한 것이 지금의 마스카라 페스티벌로 성장한 것이다.

▲ 각양각색의 분장을 한 시민 무용수들. 거리행진에 이어 팀별경연을 펼치고 있다. 우승팀은 1년간 해외축제와 국제무대를 누비며 민간홍보대사로 활동할 수 있다.

페스티벌이 처음부터 탄탄대로였던 건 아니다. 석유파동과 전쟁, 태풍이 축제를 지속하는데 장애가 됐다. 가장 큰 위기는 바콜로드 시정부가 이를 금지하려고 했을 때였다. 하지만 2~3년의 휴지기 이후 지역 예술인과 전통 문화인들, 상인들과 주민단체들이 나서서 집요하게 시청과 시의회를 설득했다. 어려운 상황에도 지원에 나섰던 당시 관광청장이 지금은 바콜로드 시장(에벨리오 R. 레오나르디아)이 돼 있다.

마스카라 페스티벌의 거리 행렬은 브라질 삼바축제와 이탈리아 베네치아 가면축제를 절반씩 섞어놓은 것과 같다. 축제의 주역은 역시나 바콜로드 시민들이다. 이들은 팀을 구성해 저마다 독특한 의상과 가면을 만들어 착용하고 행렬에 가담한다. 한 팀당 참가자는 대략 100여명에서 200여명 선이다. 예선을 거쳐 본선에 오른 팀이 15개 정도 된다. 특이한 점은 참가자들 연령대가 10대 청소년부터 50대 중장년층까지 다양하다는 것. 이들은 복장을 준비하고 가면을 만드는 데 자발적으로 상당한 지출을 부담한다. 축제 몇 달 전부터 공연과 퍼레이드 연습에 몰입하는데 지역 기업체들이 그들의 후원기관으로 기꺼이 나선다.

▲ 울산중구문화원 및 마두희축제추진위원으로 구성된 탐방단이 에벨리오 R. 레오나르디아(Evelio R. Leonardia) 바콜로드 시장과 기념촬영을 하고있다.

각양각색의 가면 분장을 한 무용수들이 팀을 이루어 거리에서 펼쳐지는 춤 행진에 참가한다. 시민들도 함께 어우러져 바콜로드 시내 2㎞를 춤추면서 행진한다. 광장에 마련된 대형 무대에서는 행진을 마친 모든 참가팀들이 경연을 펼친다. 필리핀 전통 색채와 문양을 기본으로 틀을 정하고 깃털, 꽃, 그림, 색칠로 화려하게 장식한 뒤 수개월 간 연습한 춤사위를 격렬하게 선보인다. 우승팀은 축제 마지막날 가려진다. 우승 상금이 많은 건 아니다. 하지만 향후 1년여 간 국내외 다양한 축제현장으로 초대 돼 공연여행을 다니는 특전을 누릴 수 있다. 바콜로드를 알리는 민간홍보대사 역할이 그들에게 주어지는 것이다.

축제로 인해 ‘미소의 도시’가 된 바콜로드 시는 이제 도시를 상징하는 아이덴티로도 웃는 가면 이미지를 사용할 정도다. 주민에 의해, 주민의 손으로 만들어지는 지역축제야말로, 도시의 자부심이 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정리=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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