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태화공원 건강숲조성공사

1만그루 대규모 벌목 나서자

곳곳서 산림훼손 민원 이어져

시 “나무들 밀도 줄여야 건강”

▲ 20일 울산시 중구 태화동 동부아파트 인근 태화공원에 벌목된 소나무들이 쌓여 있다. 김도현기자
“건강숲을 조성한다면서 멀쩡한 수십년생 나무를 잘라내고 있습니다.”

20일 오전 울산 중구 태화공원(근린공원) 일원. 산책로 곳곳에 최근 벌목된 소나무와 잡목들이 쌓여져 있었다. 이른 아침인데도 인부들이 전기톱으로 나무를 베어내고, 흩어진 나무를 한 곳에 모으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굴삭기를 동원해 쌓인 나무를 한데 모아야 할 정도로 벌목량이 상당했다.

도심 속 근린공원 일원에서 이같은 행위가 대대적으로 이뤄지자 ‘산림훼손’이라는 민원이 울산시와 중구청 등에 이어지고 있다.

인근 아파트에 거주하는 A씨는 “지난달부터 갑자기 대규모 벌목이 이뤄지고 있다. 잘라진 나무를 보면 심지어 건강한 나무다”며 “문제는 ‘건강숲’을 조성한다며 지자체가 직접 진행하는 사업이라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주민들이 문제를 삼는 이 사업은 시가 지난달 말부터 2억원을 투입해 태화공원 27㏊구간에서 벌이고 있는 ‘태화공원 건강숲조성(숲가꾸기사업) 공사’다. 시는 이번 사업을 통해 약 1만그루를 벌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주민들은 건강숲이라는 이름과 달리 진행되는 대규모 벌목에 대해 선뜻 이해를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아파트 단지가 밀집해 있는 중구 도심 공간에 공원이면서 인근에 사찰이 위치해 평소에도 주민들의 왕래가 많은 곳인데, 등산로 주변 나무와 키 작은 잡목들을 대거 잘라내면서 오히려 환경을 훼손해 주민쉼터를 잃을까하는 우려다. 여기에 급경사 지역의 벌목으로, 집중호우 시 산사태 발생가능성을 높여 산 아래 아파트와 민가, 사찰에 피해 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시는 나무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서는 오히려 일부 벌목이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벌목 또한 주변 환경을 고려해 설계돼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울산시 관계자는 “태화공원의 경우 소나무재선충병 창궐 등의 이유로 지난 10여년 간 숲가꾸기 사업이 전혀 진행되지 못한 곳이다. 사업 구간에 대한 나무 밀도 조사를 해보니 어떤 구역에서는 ㏊당 나무가 1300~1500 그루에 달했다. 보통 산림전문가들은 ㏊ 당 400 그루 정도를 적정선으로 본다”며 “나무들이 밀식돼 자라다보면 다른 나무의 생육까지 지장을 주기 때문에 숲가꾸기 사업을 통한 벌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준호기자 kjh1007@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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