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외환위기 소재
‘국가부도의 날’ 김혜수
당찬 한은 팀장역 열연

▲ 영화 ‘국가부도의 날’에서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한시현’ 역을 맡은 배우 김혜수.

“저는 시나리오를 주로 밤에 봐요. 처음에는 반쯤 누워서 보다가 점점 똑바로 앉아서 보게 됐고, 나중에는 화가 나서 검색하면서 봤어요.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현역 여배우 중 독보적이라 할 수 있는 카리스마의 주인공 김혜수가 1997년 외환위기를 소재로 한 영화 ‘국가부도의 날‘로 스크린에 복귀한다. 그녀는 국가 부도 사태를 가장 먼저 예측한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한시현’ 역을 맡아 위기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간상을 그렸다.

김혜수는 외환위기 당시 그는 이미 성인 연기자였지만 구체적인 상황은 알지는 못했다고 했다.

“저는 외환위기를 직접 겪은 세대잖아요. 친구와 함께 시사회를 갔는데 그 친구가 울면서 보더라고요. 그때 월급도 삭감되고 회사에서 어려웠나 봐요. 정말 친한 친구인데 그런 이야기는 한 적이 없었어요. 당시는 알지 못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우리 집안 친인척 중에서도 피해갈 수 없었던 부분이 있었더라고요.”

김혜수 역시 완성본을 본 것은 전날 시사회가 처음이었다고 한다. 다 아는 이야기고 본인이 연기한 작품인데도 눈물이 났다고.

“외환위기를 겪었음에도 내가 알지 못한 것이 많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허준호 선배가 연기한 ‘갑수’라는 인물이 여러 가지로 와 닿았죠.”

김혜수가 맡은 ‘한시현’은 즉시 위기를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인물이다. 반면 그와 대척점에 선 ‘재정국 차관’은 위기를 비밀로 하고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재정국 차관’과 한시현의 대립은 영화의 골간을 이룬다. 김혜수는 상대역을 맡은 조우진에 대해 ‘천재’라며 극찬했다.

“저는 연기 잘하는 분에 대한 경외심 같은 게 있어요. 제 연기 인생에 그렇게 느낀 분이 많지 않은데 그중 한 분이 조우진 씨에요. 정말 천재적인 부분이 있어요. 거기다 노력까지 하잖아요. 정말 연기 잘하는 배우하고 호흡을 맞추는 그 순간이 좋아요. 배우에게 그만한 자극은 없거든요.”

극 중 한시현은 ‘은행원 계집애’라는 비하를 받으면서도 점령군 수장과도 같은 IMF 총재 앞에서 당당히 자기주장을 펼친다. 그를 감당할 수 없다고 여긴 IMF 총재가 한시현을 협상팀에서 배제할 것을 요구할 정도다.

‘한시현’은 당당한 여성의 표상과도 같은 모습을 보였지만 김혜수는 남성 권력에 도전하는 여성 투사와 같은 생각으로 연기하지는 않았다고 강조했다.

“사실 한시현이라는 인물은 남자가 하든 여자가 하든 상관없는 캐릭터에요. 성별을 바꿔놓으면 마치 엄청난 도전을 한 것 같은데 저는 그런 생각이 없었어요. 여성이라는 것을 어필하고 싶지는 않았죠. 묵묵히 자기 일을 하고 이 일이 아니었어도 할 말은 했을 인물이라고 이해했어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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