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각화 보존과 맑은 물 공급’이라는 울산시민들의 숙원이자 국가적 과제는 정권이 바뀌어도 여전히 오락가락을 반복하고 있다. 송철호 울산시장은 수위조절을 통해 암각화를 보존하고 경북지역의 댐을 통해 맑은 물을 공급받겠다고 자신하더니 불과 몇달만에 새로운 유로변경안(2차 유로변경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미시민들의 반대로 맑은 물 공급이 쉽지 않다고 보고 대안을 모색한 것이라고 하지만 또다시 문화재청과 울산시가 논쟁을 거듭하며 세월만 흘려 보낼까 벌써부터 가슴이 답답해진다.

2차 유로변경안은 암각화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 제방을 세워 물길을 돌린다는 것이다. 암각화 앞에서 제방이 눈에 안 띈다는 장점이 있다고 해서 환경부 산하 한국수자원공사가 제안한 방안이라고 한다. 그동안 검토돼왔던 1차 유로변경안은 암각화로부터 위로 200m 아래로 270m 지점에 각각 제방을 세우고 물길변경을 위해 터널형수로 2개를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아래·위 제방의 간격을 벌려놓는 2차 유로변경안은 터널형수로가 훨씬 길어지고, 대곡천에 합류하는 반곡천의 물길을 막기 위한 제방을 하나 더 추가해야 한다. 비용은 1차 변경안(515억원)보다 5배 더 많은 2500억원 가량으로 예상된다.

사실상 2차 유로변경안은 1차 유료변경안을 내놓을 때 이미 검토됐던 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당시엔 비용 부담과 기술 문제 등으로 폐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차 유로변경안도 쉽지 않다는 의미다. 공사의 범위가 커지는 만큼 예산확보나 기술적 애로, 환경 영향 등에 대한 검토도 새로 해야 한다.

주변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암각화가 그려진 바위벽면만 보호하자면 유로변경이 가장 좋은 방안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수위를 낮춘다고 해도 1년에 한두차례는 물에 잠길 가능성이 있지만 유로를 변경하면 암각화의 잠수는 완전 차단된다. 그렇다고 영구보전이 되는 것은 아니다. 자연상태에 있는 바위그림은 빛과 비바람 등에 의해 훼손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수위조절과는 별도의 암각화 보존방안도 세워야 한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돼서 하는 말이다.

댐건설을 중단하고 얻어낸 포르투갈 코아 암각화를 우리는 암각화 보존의 모범사례로 꼽고 있다. 그렇다면 수력발전을 목적으로 했던 댐건설 중단에 따른 문제를 그들은 어떻게 해결했는지도 본받아야 한다. 그들은 전력문제를 주변에 작은 댐을 건설해 해결했고, 암각화의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록에 따른 주민들의 경제적 손실은 엄청난 규모의 포도밭을 개간해 관광자원으로 활용함으로써 해결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이같은 해법모색에 포르투갈 정부는 물론 EU까지 나섰다는 사실이다. 울산시민들에게만 모든 책임을 돌리고 있는 정부와 주변 지자체들이 코아암각화 보존 사례를 온전히 들여다 보아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