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철호 울산시장은 취임하자마자 울산시립미술관 건립을 중단하고 공론화 작업을 시작했다. 미술관의 건축설계와 운영방안이 공론화의 주제였다. 건축설계는 공모를 통해 당선작을 뽑았으므로 특별한 변경사유가 없고, 운영방안은 미술관 건립을 중단하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울산시는 공론화를 거치겠다며 코앞에 닥친 시공사 선정작업을 중단했다. 한달여에 걸친 공론화 결과, 달라진 것이라곤 미술관 옆에 자리하는 중부도서관을 일반 도서관이 아닌 미술전문도서관으로 변경, 중구가 아닌 울산시가 짓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도서관과 미술관은 어차피 별개의 건축이므로 이 조차도 미술관 건립을 중단하고 논의할 사항은 아니었다. 예상대로 시립미술관 건립 계획은 거의 달라진 것 없이 공연히 완공시기만 1년여 지연되고 수십억원의 예산만 날아가게 됐다.

울산시가 3일 밝힌 울산시립미술관 공사비 변동 용역 결과에 따르면 건축비가 5.5%(29억원) 늘어난 557억2500만원이다. 애초의 계획은 528억2500만원이다. 착공시기가 늦춰진 데 따른 공사비 증액분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국비 반납이다. 울산시는 정부로부터 미술관 건립지원비로 26억3000만원을 받았다. 시효가 2년인 국비는 올해 안에 착공을 못할 경우 반납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55억3000만원의 울산시 부담이 늘어났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사업비 증액을 위해 기획재정부의 조정심의를 거쳐야 하는데 올해 안에 심의가 완료되지 않으면 내년 물가상승분에 맞춰 또다시 예산증액이 불가피하다. 최저임금 인상까지 고려하면 공사비 증액은 올해보다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70억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방정부가 주민 복리를 위한 공공시설을 건립할 때는 주민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는 것이 좋다. 주민의견을 반영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이번 시립미술관의 경우는 기초단체의 공모를 거쳤고 수년간 자문위원회도 운영했다. 건축설계도 공모로 결정했다. 모두 여론수렴 과정이다. 그럼에도 여론수렴이 부족했다는 지적은 있을 수 있다. 의견이 다른 사람의 불만도 있을 수 밖에 없다. 행정절차를 진행해나가면서 다른 의견을 수렴하는 귀를 열어두고 반영해나가면 될 일이다. 공사중단이라는 선명성으로 정치적 이목을 끌 수는 있었겠으나 혈세를 사용하는 행정절차에서 선명성은 미덕이 되기 어렵다. 취임한지 불과 며칠만에, 그것도 전문가적 진단이 필요한 미술관 건축을 여론의 도마 위에 올려놓는 공론화를 했던 것도 아무래도 섣부르다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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