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가 예산을 편성했고 시의회 상임위를 통과했음에도 예결위가 그 과정을 깡그리 무시하고 특정예산을 전액삭감했다. 이는 울산시와 의회의 엇박자가 그대로 노출된 것으로써 시정을 가늠키 어렵게 하는 것이다. 예측 불가능한 행정은 주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예산삭감 과정에서 의회는 시민들의 여론수렴이나 합리적 이유도 제시하지 않았다. 한 의원이 ‘무조건 삭감해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참석의원들의 전언을 토대로 예결위의 회의 과정을 복기해보면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의장과 의원들이 의정비를 인상하고자 하는데 대해 비판적 보도를 한 언론사가 주최하는 행사라는 것이 삭감이유인 것으로 분석된다. 지역민들의 여론에 반하는 의정을 비판하는 것이 지역언론의 기본적 사명임을 모르지 않으면서 예산심의권을 무기로 언론 길들이기를 하겠다는 나쁜 의도가 엿보인다. 이날 통과된 예산안을 보면 언론사와 시민단체가 주최하는 문화행사가 여전히 많고, 그 중에는 울산시가 올해 처음으로 시작하는 문화행사도 들어 있다. 합리적 기준에 의한 삭감이 아니라는 것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의회의 부적절한 정치적 행태가 행정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울산시와 시의회가 엇박자만 내는 것은 아니다. 조직개편에 대해서는 울산시와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힘을 합쳐 밀어붙이기를 하고 있다. 문제가 되고 있는 조직개편안은 행정부시장 소속으로 있던 건설교통국과 문화체육관광국을 경제부시장 관할로 조정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임명직인 행정부시장의 권한이 대폭 축소되고 개방형인 경제부시장의 권한이 대폭 늘어나 두 부시장의 역할에 균형이 무너지게 된다. 울산시는 문화·관광을 경제적 마인드로 접근할 때라는 것을 이유로 내세우고 있으나 시중에는 민주당의 입맛대로 문화예술계를 재편하려는 것이라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 무엇보다 합리성과 균형감이 중요한 문화행정이 혼탁한 정치 무대가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송철호 시장은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실시한 전국 17개 광역단체장 직무수행 지지도(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에서 2개월 연속 최하위인 17위를 기록했다. 긍정평가는 35.1%에 그쳤다. 주민생활만족도도 43.0%로 전국 최하위를 기록했다. 지난번 꼴찌가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인사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이라면 이번 꼴찌는 비합리적인 조직개편의 강행과 경기 회복이나 정주여건 개선을 엿볼 수 없는 예산편성이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비합리적이고 충동적인 정치에 울산시정이 휘둘리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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