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출범한 송철호 시정부는 공기업과 출연기관장에 대한 인사를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로 거의 마무리했다. 지금은 이들 기관의 대표자 아래 사무장 등의 간부들을 갈아치우는 중이다. 시장의 강한 입김이 작용하는 기관장들과는 달리 이들은 무조건 사표를 내라고 압력을 행사하기가 쉽지 않다. 법적으로 확실한 임기가 보장돼 있는데다 ‘뒷배경’이 누구인지 모호한 사람도 없지 않은 탓이다. 비켜달라는 측과 버티겠다는 측의 대립과정에서 웃지못할 해프닝도 적잖이 터져 나오고 있다.

새삼스런 일은 아니다. 선거를 치르고 단체장이 바뀌면 흔히 있는 일이다. 그동안 쭉 그래왔다. 그런데 새삼 그 충격이 크게 와닿는 것은 20여년만에 보수에서 진보로 광역단체와 5개 구·군 단체장이 몽땅 바뀌면서 새로운 사람들이 전면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공기업 대표나 출연기관장이 된 당사자는 물론이고 그들을 천거한 사람들까지 새로운 세력들이니 그 변화가 유독 크게 느껴지는 것이다. 보수세력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당연하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그러면 변화를 갈망했던 지지자들로부터는 공감을 얻어야 할텐데 그들마저도 전혀 만족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것에 있다.

이유는 하나다. 진정한 진보세력이 아니라 선거기간에 겉옷만 바꿔 입고 ‘캠프’를 오갔던 보수세력들이 대부분 자리를 차지했기 때문에 유권자들이 원하는 진정한 변화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송 시장은 “8전9기의 긴 세월동안 신세를 갚아야 한다”고 당당하게 말하지만 시민세금이 들어가는 공직으로 개인적 신세를 갚는 것은 공직자의 도리가 아니다. 물론 선거를 도와주었다고 해서 공직을 내놓으라고 하는 사람이 더 문제인 것은 거론할 필요조차 없다.

울산시의회와 울산시가 울산시 산하 공기업과 출연기관장에 대해 인사청문회를 도입하기로 12일 협약식을 체결했다. 그야말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다. 선거과정에서 인사청문회 도입에 대해 긍정적 의견을 내놓았던 송시장이 당선 후 입장을 바꾼 것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이를 그냥 두고 본 울산시의회의 무능력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제도적 미비점이 있다는 것을 핑계삼는 시장의 주장에 끌려가다가 보은성 인사를 충분히 마무리한 지금에 와서 협약식을 체결해봐야 ‘보여주기식 형식 갖추기’ 그 이상 아무것도 아니다.

지난 9월5일에서야 본회의에서 인사청문회 도입을 요구한 시의회는 “공기업을 이끌어나갈 수장에 대해 자질과 능력, 도덕성을 검증하는 것은 시민의 대변자인 시의회가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감당해야 할 몫이자 의무”라고 했다. 바꾸어 말하면 가장 중요한 시기에 시의회가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감당해야 할 몫과 의무를 전혀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의회의 중요한 사명인 집행부 견제는 타이밍을 놓치면 아무런 효과도 없다. 지나간 버스를 향해 손을 들고 있는 시의회가 안쓰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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