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구 “직권남용등 형사상 문제
행정사무감사 대상 될수도”
민주당 “구청 결정 존중키로”
을들의 연대 “의회 무시” 반발

이동권 울산 북구청장이 윤종오 전 북구청장의 코스트코 구상금 면제 수용거부(본보 1월10일 6면 보도)에 대해 “법령이나 조례에 규정된 면제 대상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내놨다.

결과적으로 북구의회 민주당 의원들이 통과시킨 청원을 민주당 소속 단체장이 받아들이지 않게 된 모양새가 됐다. 이동권 구청장은 10일 총 6페이지에 달하는 입장자료를 내고 북구가 의회 의결을 수용거부한 이유를 자세히 설명했다.

◇북구 “대법원 판결 위배…직무유기”

우선 윤 전 청장의 구상금 채권은 대법원에서 구청장의 직권남용을 심판한 사항이기 때문에 사법부의 판결을 입법부인 지방의회가 면제하면 이를 거스르는 것이라고 전제하면서 의회 의결 수용은 대법원 판결을 불이행하는 것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에 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의 세금으로 떠안을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언급했다.

만약 이동권 현 구청장이 윤 전 청장에게 구상금을 청구하지 않으면,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등 형사상 문제가 될 수 있고 행정사무감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삼았다.

그는 “구청장의 소신행정과 지방분권 강화 모두 ‘법의 테두리’ 안에서 행사해야 한다”며 “단체장의 위법한 행정처분으로 이미 주민 세금의 30%가 손해를 입었다. 그런데 의회 의결로 나머지 채권의 70%를 면제해주라는 결정을 북구의 재정을 책임지는 구청장은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북구의 재산관리에 대한 책임이 있는 구청장이 대법원 판결과 법령을 위반하고 윤 전 청장의 채권을 면제해준다면, 공무원(윤 전 청장) 개인 구상 책임을 주민의 세금으로 떠안아야 하는 결과가 된다며 그로 인한 책임은 고스란히 현직 공무원들이 지게 될 것이고 ‘제2의 윤종오 구청장(이동권)’이 나와 지역사회 분열로 이어지는 악순환도 예상된다고 했다.

당시 대법원 판결문을 보면 “윤종오 전 청장은 정책결정과 집행에 관한 최고결정권자로 업무를 통할하고 소속직원을 지휘·감독하는 지위에 있어 법령 준수의무가 더 엄중하다”고 돼 있고 “소속 공무원들이 법령을 준수하는 내용의 검토의견을 냈음에도 독단적인 결정으로 수 차례 건축허가를 반려했다. 고의의 반복된 불법행위에 따른 엄중한 책임을 물을 필요성이 현저히 크다”고 판시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주민청원을 통과시킨 민주당은 당황스럽지만 구청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소속 북구의회 한 의원은 “투표 당시 통과 여부는 의원들 개개인이 판단했다. 시당 차원에서 당론은 없었다. 의원들 끼리 여러 차례 토론을 했는데 생각이 다 달랐다”며 “개인적으로 의회에서 할 일은 민원이 먼저라고 생각했다. 민원인 요구를 법에 저촉되지 않는 한에서는 들어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고 가결될지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민주당 시당 관계자는 “북구의회 소속 의원들과 을들의연대, 북구대책위원회에 상황을 모두 설명했고 판단은 의원 개개인에게 맡겼다. 북구청의 입장을 존중하고 의회 의결을 통과시킨 의원들의 입장도 존중한다”고 말했다.

◇을들의 연대 “의회결정 무시한 결정” 비판

이에 대해 울산 노동계, 중소상인, 시민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된 ‘코스트코 구상금 청산을 위한 을들의 연대’와 ‘코스트코 구상금 면제를 위한 북구대책위원회’는 즉각 비판했다.

이들은 이날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소상인의 생존권과 소신 행정을 저버린 부끄러운 결정”이라며 “주민 의사와 주민의 대표체인 구의회 결정을 무시한 처사에 당혹을 넘어 분노를 느낀다”고 밝혔다.

이들은 북구가 밝힌 수용 불가 사유에 대해 “지방자치법 제74조는 지방의회의 청원 수리에 관한 조항으로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적용되는 조항이 아니다”라며 “또 지방재정법 제3조와 제86조는 이미 법제처, 행정자치부에서 구상금 면제 청원 처리에 장애가 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대법원은 지자체의 상위 기관도 아니며 대법원 판결을 지자체가 반드시 집행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며 “이는 일반민사채권에 대한 판결로서 채권을 행사할 것인지 면제할 것인지는 관련 법령에 따라 단체장이 결정할 수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단체는 “북구에 중소상인과 주민 의견을 받아들여 구상금 면제를 수용할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며 “만약 민심을 저버린다면 그 대가는 반드시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세홍기자 aqwe0812@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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