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부터 울산에서만 전해져 온 특별한 맛이 있다. 다행히 지금까지 일반가정에서 맛볼 수 있는 음식이 있는가 하면, 이제는 사라져 책이나 구술로만 전해지는 음식도 있다. 본보가 올해 처음 시작하는 ‘맛으로 본 울산’은 사라진 맛, 그리운 맛, 우리가 지켜야 할 울산의 맛을 소개하는 자리다.

▲ 꿉은떡으로 끓인 떡국.

찹쌀가루·밀가루 반죽을 기름에 구운 떡

울산에는 찌거나 삶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떡이라 부르는 음식이 있다. 꿉은떡은 찹쌀가루나 밀가루 반죽을 참기름이나 들기름을 두르고 구은 떡을 말한다. 명칭을 정확히 쓰자면, 꿉은떡이 아니라 전이다. 그러나 울산에서는 꿉운떡이라고 부르다. 꿉은떡은 울산사람들 삶 속에서 빼놓을 수 없다. 결혼의 초례상, 명절 차례상, 조상을 기리는 제사상에 빠짐없이 올랐다.

그렇다고 특별한 날에만 먹는 음식도 아니었다. 용도는 심심한 입맛을 달래주는 간식이었다. 부드럽고 쫄깃한 식감때문에 노인들이 먹기에 좋다. 그래서 정월 초에 만들어 두었다가 보름까지 먹었다. 이때 질금을 고아 만든 집청(조청)에 찍어 먹으면 최상의 간식이 된다. 또한 떡국에도 꿉은떡을 넣어 끓여 먹었다.

꿉은떡은 1980년대까지만해도 많이 해 먹었지만, 점차 사라지는 추세다. 떡국 또한 가래떡만 썰어서 끓이는 집이 더 많아졌다.

▲ 찹쌀에 팥고물을 묻힌 주개떡.

차진 찹쌀밥 주걱으로 치댄 뒤 팥고물 묻혀

주개떡은 밥과 떡의 경계에 있다. 한겨울에 심심하거나 가을걷이를 하면서 허기질 때, 울산사람들은 주개떡을 자주 해 먹었다.

주개떡은 2월 머슴날에도 해 먹었다. 흔히 2월은 머슴달이라고 불렀다. 농삿일을 하던 머습들이 일하지 않고 쉴 수 있는 달이라는 의미다. 머슴달 중 2월 초하루가 바로 머슴날이다. 이날은 술과 음식, 용돈을 주면서 쉬게 했는데, 이날 빠지지않고 하는 떡이 주개떡이다.

주개떡을 하기 위해선 우선 팥을 푹 삶아 물기를 빼고 소금간을 한다. 주걱으로 삶은 팥을 반쯤 으깬다. 찹쌀을 씻어 불린 다음, 소금으로 간을 해 밥을 한다. 물을 넉넉히 부어 질게 밥을 짓는데, 이때 주걱으로 밥을 치대어 밥알이 일부 있는 떡을 만든 뒤 뚝뚝 떼어놓는다. 그렇게 뗀 찰떡에 팥고물을 묻히면 주개떡이 완성된다. 홍영진기자 자료참고 <울산의 음식>(울산학연구센터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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