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국립현대미술관(MMCA) 청주

▲ 서도호 작가의 ‘바닥’. 무려 4000개의 PVC인물상이 들어있다.

 국립현대미술관 4번째 전시공간이자
 서울·경기지역 벗어난 첫번째 전시관
 연초제조창 리모델링해 지난해 개관
 전시장은 1곳 불과 대부분이 수장공간
 미술품 수장상태로 관람객에 개방 독특

국립현대미술관(MMCA·National Museum of Mordern and Contemporary Art, Korea)이 최근 또 하나의 공간을 개관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다. 개관식이 지난해 12월26일 열렸다. 과천, 덕수궁, 서울에 이어 4번째 전시공간이다. 덕수궁과 서울관처럼 이번에도 오래된 건물을 미술공간으로 리모델링했다.

청주관 건물은 원래 연초제조창(담배공장)이었다. 담배공장은 광복 직후인 1946년 설립 돼 2004년 가동이 전면중지됐다. 한때 잘 돌아가던 담배공장은 첨단산업 여파로 세월의 뒤켠으로 물러났다. 건물만 그대로 방치됐다. 더이상 두고볼 수 없다는 여론이 거세지며 지방정부의 고민이 깊어졌다. 때마침 국립현대미술관은 늘어나는 작품에 비해 수장공간이 부족했다. 2012년 청주시와 국립현대미술관의 업무협약은 그렇게 맺어졌다.

▲ 김을 작가의 ‘갤럭시’. 액자(드로잉) 나열로 우주를 표현한다.

2017년 3월부터 버려진 담배공장에 미술의 숨결을 불어넣는 공사가 시작됐다. 그러기를 1년 여. 2018년 12월이 되자 옛 담배공장은 수장공간(10개), 보존과학공간(15개), 기획전시장(1개), 교육공간(2개), 편의시설을 갖춘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청주관 개관은 낡은 공간을 문화공간으로 바꾼 것 이외에 또다른 의미가 있다. 국립미술관이 서울과 경기권을 벗어나 지역에 첫 전시공간을 연 것이다. 국립미술관이 지역확장을 추진할 수 있었던 건, 담배공장 규모(총 5층·연면적 1만9855㎡)가 미술관에 적합했기 때문이다.

▲ 정성연 작가의 ‘무제’. 면장갑을 이용했다.

하지만 미술관을 바랐던 청주 시민들의 염원도 크게 작용했다. 주민들의 높은 기대와 문화적 수요에 국립미술관이 부응한 것이다. 미술관은 1300여점 소장품을 대거 청주관으로 옮겼다. 작품 이전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청주관 수장규모는 1만1000여 점에 이른다. 앞으로 이를 활용한 전시, 교육, 연구사업이 청주에서 계속 펼쳐진다.

청주관의 독특한 전시방식도 관심을 끈다. ‘미술관’하면 떠오르게 마련인 사각의 화이트큐브는 그 곳에 없다. 청주관은 미술품을 전시하고 있다기 보다, 잘 보관하는 곳이다. 그래서 전시장 보다는 수장고가 더 많다. 단, 이 곳의 수장고는 보통의 미술관과 달리 출입금지구역이 아니다. 전문학예사가 아니면 들어갈 수 없던 그 곳을 아예 개방한 것이다.

‘개방 수장고’는 말그대로 일반인이 직접 그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 수장 상태 그대로의 작품을 볼 수 있다. 투명 유리창으로 명작을 바라보는 ‘보이는 수장고’도 있다. 관람객은 큐레이터에 의해 몇몇 선별된 작품만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소장품 그대로의 정보와 지식을 받아들이게 된다.

▲ 최수앙 작가의 인체상 ‘사이’.

사진촬영도 자유롭다. 낯선 작가와 작품이 궁금하면 손에 든 스마트폰 포털사이트가 친절한 안내자가 돼 준다. 새로운 작가를 알아가는 재미와 그의 작품세계에 빠져드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좀 더 많은 작품을,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않고, 여러 각도에서, 보고 싶은만큼 실컷 살펴보게 배려한, 신개념의 전시공간이라 할 수 있다.

청주관 수장고에는 이우환의 ‘관계’, 서도호의 ‘바닥’, 백남준의 ‘데카르트’, 최수앙의 ‘사이’ 등 평면과 입체로 구성되는 수백여 점 작품이 진열돼 있다. 수장고는 일정 기간씩 작가와 작품을 교체하며 관람객을 맞게 된다.

개관특별전인 ‘별헤는 날­나의당신의 이야기’에는 세계적 설치미술가인 강익중, 김을 등 15명이 참여했다. 국립미술관이 소장한 8000여점 한국현대미술품 중 전시주제에 맞춰 23점만을 엄선한 것이다. 전시는 오는 6월16일까지 이어진다. 이후 올 하반기에는 ‘현대회화의 모험’전을, 2020년 상반기에는 이중섭·김환기 등을 선보이는 ‘근대미술걸작’전이 마련된다. 홍영진 문화부장 thinpizza@ksilbo.co.kr

▲ MMCA 과천 /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자연속에 녹아든 ‘과천’
고궁내 자리한 ‘덕수궁’
도심과 어우러진 ‘서울’
■개성 뚜렷한 MMCA의 공간들

국립현대미술관(MMCA)이 올해 개관 50주년을 맞았다. 미술관은 1969년 창설한 뒤 한국 현대미술의 역사와 자취를 함께해오다 1986년 지금의 과천으로 이전건립했다. 이후 1998년 덕수궁, 2013년 서울, 2018년 청주관이 차례로 문을 열었다. 고양·창동에서는 레지던시 공간을 운영한다.

MMCA 과천은 ‘자연 속 미술관’이다. 벚꽃길, 단풍, 짙은 녹음, 새하얀 눈꽃 등 미술관 건축물 주변으로 사시사철 환상적인 장관을 연출한다. 깊이있는 현대미술 감상이 이뤄지는 공간이자 2013년에는 미술연구센터까지 문을 열어 미술 자료의 수집관리, 보존 및 열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 MMCA 덕수궁./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MMCA 덕수궁은 ‘고궁 속 미술관’이다. 한국 최초의 근대식 석조건물인 덕수궁 석조전 서관을 리모델링 해 사용하고 있다. 근대건축을 상징하는 이 곳에서는 우리나라 근대미술의 형성과 전개과정을 보여주는 기획전과 국제교류, 소장품전을 진행한다. 고즈넉한 고궁 속에서 근현대미술을 만날 수 있다.

MMCA 서울은 ‘도심 속 미술관’이다. 조선시대 종친부와 국군기무사령부 두 곳의 역사공간을 리모델링했다. 울산시립미술관 논의과정에서도 문화재와 현대적 미술관이 공존할 수 있는 근거로 가장 많이 거론된 곳이다. 전시장은 물론 디지털정보실, 멀티프로젝트홀 시설까지 갖춘 복합예술문화센터다. 홍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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