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사실상 결정됐다. 대우조선 최대 주주인 산업은행이 31일 이사회를 열어 대우조선 인수를 승인한다고 발표했다. 주춤했던 현대중공업이 명실상부 글로벌 1위의 초대형 선사로 거듭나게 됐다. 모처럼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글로벌 조선시장에서 확고한 우위를 갖고 공격적 수주경쟁에 나설 수 있게 돼 국내 조선경기 회복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빅3체제를 유지해오던 국내 조선업계가 장기적으로 살아남으려면 빅2체제로 재편돼야 한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국내 조선사끼리 국제시장에서 출혈경쟁을 하고 그로 인해 수익성 악화를 가져오는 악순환을 거듭해왔기 때문이다. 정부도 수년전부터 대우조선 매각을 시도해왔으나 조선업이 침체일로에 놓이면서 성공하지 못했다. 업계는 지금이 인수·합병의 적기라고 말하고 있다. 국내조선업황이 살아나고 있고 대우조선도 2년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의 대우중공업 인수가 최적의 타이밍이라는 말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이번 인수합병에 대해 “국내 조선산업의 경쟁력 회복 필요성에 대한 하나의 답안”이라고 밝혔다. 단순히 한 기업의 인수합병을 넘어 우리나라 조선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구조조정의 마무리단계에 있는 주요 경쟁국들을 따라잡으려면 우리 조선산업의 체질을 개선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절박함이다.

이제 우리나라는 다시 일본과 중국을 뛰어넘어 확고한 조선강국으로 거듭나는 기회를 맞았다. 다만 통합의 시너지효과를 어떻게 만들어가느냐에 달렸다. 우선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등에서 보유한 고부가가치 기술 공유를 통해 독점적 지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고,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이나 컨테이선에서도 중국에 앞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와 채권단은 조선산업의 확고한 글로벌 1위를 위해 과감한 지원을 해나가야 할 것이다.

남은 과제는 원가경쟁력과 노동생산성, 우수 기술력 확보, 노사관계 회복 등이다. 특히 노사관계가 걱정이다. 대우조선 노조는 이날 “동종사를 통한 매각은 대규모 구조조정을 예고하고 있다”며 “매각 결사반대와 총파업 투쟁”을 예고했다. 현대중공업도 2차 찬반투표를 연기했다. 예상했던 대로 두 노조의 반발이 예사롭지 않다. 노조의 합리적 판단을 위한 정부와 회사측의 노력이 필요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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