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수는 두산백과에 노목(老木)·거목(巨木)·희귀목(稀貴木) 중 명목(名木)·보목(寶木)·당산목(堂山木)·정자목·호안목·기형목·풍치목 등을 일컫는다. 국내에는 현재 1만여 그루, 울산에는 63그루가 있다. 법으로 보호받는 보호수가 아니더라도 울산에는 울산생명의숲이 찾아낸 200여 그루의 노거수가 있다.

울산지역 보호수 가운데 유일한 천연기념물인 울주군 두서면 구량리 은행나무는 수령이 500~550년으로 높이 34.5m, 둘레 10.7m다. 북구 정자동 죽전마을 소나무는 울산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로, 수령이 700~800년으로 추정된다. 울산김씨 입향조가 이 곳에 정착하면서 후손의 번창을 벌기 위해 심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생명의숲이 소개한 울산의 노거수는 팽나무 32그루, 소나무 27그루, 느티나무 21그루 등이 주를 이루고, 절반 이상인 108그루가 당산나무다. 마을을 지키는 당산나무는 마을의 수호신일 뿐 아니라 마을역사와 주민들의 삶을 함께 보여준다. 토지구획정리사업이나 도시개발사업을 할 때 노거수를 그대로 놔두는 것은 이 고목에 정령이 살고 있고 역사가 살아 숨쉰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방어동 용왕사 앞의 곰솔은 수령이 500년으로 추정되며, 지난 1994년 보호수로 지정됐다. 이 나무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의 수모를 견뎌냈고, 36년간의 일제 식민통치를 보아왔다. 특히 이 곰솔은 일제가 곰솔나무 아래에 있던 서낭당을 뜯고 그 자리에 신사를 지어 민족혼을 어떻게 말살시키는지 똑똑히 보았다. 1919년에는 조선 백성들이 다 함께 들고 일어나 3.1운동을 펼친 것도 목격했다.

동구청은 지난 2016년 이 곰솔의 가치를 인식하고 곰솔 인근 사유지를 매입, 소공원을 조성하려고 했으나 예산이 없어 지금까지 흐지부지 됐다. 현재 이 곰솔은 나무 아래 법당 안의 촛불과 향 등으로 인해 화재가 날 수 있는 위험을 항상 안고 있다. 또 인근 지주로부터 곰솔의 가지를 잘라달라는 요청을 받기도 했다.

일제강점기 때 방어진에는 많은 일본인들이 집단 거주지를 형성했던 곳이다. 이 곳이 울산 최대의 어업 전진기지이었으며 일본을 오가는 배가 왕래했던 항구였기 때문이다. 방어진 곰솔은 일체 치하의 고통을 인내하게 해 준 우리나라의 정신적인 지주인 동시에 울산의 수호신이라 할 만하다. 특히 올해는 3.1운동 100주년이 아니던가.

보름 뒤면 3.1운동 100주년 행사가 전국적으로 거행된다. 민족혼을 되살리자고 전국민들이 목소리는 높이는 이 때 외로이 서 있는 방어진 곰솔을 한번쯤 되돌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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