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티코 "북미정상회담에 트럼프만 낙관적…폼페이오도 '트럼프 당할수 있어' 우려"

▲ 백악관서 발언하는 트럼프…"김정은과의 마지막 정상회담 아닐 것"
(워싱턴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를 만나 말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오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2차 북미정상회담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마지막 만남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대북 제재를 풀어주고 싶지만 이를 위해서는 북한이 의미있는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상일보 = 연합뉴스 ]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낙관론을 펴고 있지만, 정작 북미협상을 총괄해온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 행정부 인사들조차 회의적 시각을 갖고 있다고 미 정치전문매체 더 폴리티코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여전히 자신이 북핵 문제의 유일한 해결사라고 자신하고 있으며 특히 이번 주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도 이런 취지의 발언을 하며 미 언론 보도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폴리티코는 이날 '트럼프의 참모들은 그가 대북 협상에서 당할까 봐 우려한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는 기대에 부풀어 있지만 다른 인사들은 그가 너무 많이 내어줄까 봐 두려워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의미 있는 관계'를 강조하는 한편으로 김 위원장이 핵무기를 포기할 준비가 돼 있다고 주장하며 2차 핵 담판을 기대하고 있지만, 워싱턴에서 그렇게 느끼는 사람은 거의 트럼프 대통령이 유일하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2차 정상회담 카드는 거의 전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밀어붙인 것이라고 폴리티코는 전·현직 백악관 관리들을 인용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도 자신이 북한 비핵화에 대한 진전을 이룰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자랑했다고 폴리티코는 통화 내용을 전해 들은 한 인사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게 자신에 대한 부정적 언론 보도에 불만을 제기했다고 폴리티코는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자신감과 기대감에도 불구, 그의 최고위 참모 그룹 내에서도 상당수는 이번 회담에 대해 그다지 흥미를 갖고 있지 않으며 일부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큰 성과를 얻어내지 못할 뿐 아니라 국제무대에서 승리를 선언하는데 몸이 단 트럼프 대통령이 '공허한 비핵화 약속'에 대한 대가로 큰 양보를 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행정부 내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우려는 '슈퍼 매파'로, 오랫동안 대북 관여정책을 반대해온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같은 인사뿐 아니라 북미협상의 '키맨'인 폼페이오 장관과 같은 예상치 못한 인사에게서조차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외교적 진전 부족에 대한 좌절감을 토로해왔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상대의 술책에 당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했다고 폴리티코가 해당 대화 내용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지난해 12월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철군 방침에 반발, 물러난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부 장관의 경우는 가능한 한 대북 협상 문제에서 거리를 두려고 부심했다는 후문이다.

    이와 함께 지난해 1차 회담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충동적으로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에 합의하는 바람에 존 켈리 당시 백악관 비서실장이 곧바로 매티스 당시 국방장관에게 그 사실을 알렸다고 관련 대화 내용에 정통한 한 소식통을 인용해 폴리티코가 전했다.

    컨설팅기업인 유라시아그룹의 이안 브레머 대표는 "행정부 내에서 낙관주의는 없다"며 "폼페이오도 우리가 김정은으로부터 비핵화에 대한 실질적인 무언가를 얻을 것이라는데 극히 회의적이고 북한이 그저 시간을 벌려고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폴리티코는 트럼프 행정부가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기대치를 낮추고 있다면서 북한은 지난해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래 트럼프 대통령과의 직접 담판을 선호하며 미국 당국자들과의 협상을 꺼려왔다고 전했다.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도 지난해 12월 말까지 자신의 북한 카운터파트에게 자신과 직접 협상하자고 설득하는 문제로 애를 먹었다고 폴리티코는 협상 과정에 정통한 정부 안팎의 6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북미 실무협상이 우여곡절 끝에 시작됐지만 내용 면에서 실질적 진전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으며 북미 정상이 하노이에서 일대일 단독회담을 가질 것이라고 한 당국자가 말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빅터 차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북한은 기본적으로 트럼프 말고 다른 사람과는 상대를 안 하려고 한다. 그들은 비건도 폼페이오도 상대하지 않으려고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장에서 나오면서 성공과 승리를 선언할 것이고, 실제로는 바뀐 게 없을 것이기 때문에 트럼프 이외의 모든 사람은 좌절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미 테리 CSIS 선임 연구원도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문제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을 수 있다고 말할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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