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범죄 전담부서 없는 지검
인지수사 총장 승인 받도록해
宋지검장 “현행법 위배” 지적
황운하수사 관련 행보 시각엔
“충실히 수사 진행중” 선그어

▲ 송인택(사진) 울산지검장

송인택(사진) 울산지검장이 부패범죄수사 전담부서가 없는 지방검찰청의 부패범죄 수사를 제한하는 대검찰청 지침에 공개적으로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범죄 혐의가 있다고 판단되면 수사를 해야한다는 현행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에 위배된다는 문제 제기인데, 일선 지검장이 검찰총장이 수장인 대검찰청의 지침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25일 울산지검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지난 1월4일 ‘부패범죄수사 절차 등에 관한 지침’을 시행했다. 지침은 ‘부패범죄수사 전담부서가 없는 지방검찰청 또는 지청은 수사함이 상당하다고 판단해 검찰총장의 승인을 받은 사건 등을 제외하고는 부패범죄 수사를 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이 지침에 대해 법조계 일각에서는 ‘특수부가 없는 곳은 원칙적으로 부패범죄 관련 인지수사를 하지 말라는 의미’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대검은 지난해 특수수사 총량줄이기 방침에 따라 울산지검과 창원지검의 특별수사부를 폐지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송인택 울산지검장은 일선에서 수사의 자율권이 반드시 필요한데 현행 대검 지침은 법률에 정해진 검사의 직무 및 권한을 규제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송 지검장은 서면과 구두로 대검에 문제를 제기했고 이날 열린 전국 지검장 간담회에서도 이를 지적했다.

형사소송법은 ‘검사는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를 수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검사가 범죄 사실 등을 인지하는 즉시 수사가 가능하도록 명시하는 것이다. 검찰청법 역시 검사의 직무를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범죄수사, 공소의 제기 및 그 유지에 필요한 사항에 대한 직무와 권한이 있다’고 정해 놓았다.

만약 대검 지침대로라면 지검에서 직접 사건을 인지해 수사에 착수하는 것은 물론, 고소·고발 과정에서 불거져 나오는 각종 인지사건 역시 검찰총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럴 경우 사전승인에 대한 부담 때문에 검사들이 위축돼 인지수사 자체를 기피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송 지검장의 행보가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 수사와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3월 자유한국당이 황 청장을 고발한 지 1년이 지나도록 수사의 진척이 없자 울산지검이 대검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울산지검은 대검 지침과 황 청장의 수사는 무관하다고 선을 긋고 있다.

울산지검 관계자는 “대검 지침이 시행되기 전부터 고소·고발에 따라 황 청장에 대한 수사를 충실히 진행해 왔다. 수사 속도가 더딘 것처럼 보이는 것은 사건의 특수성 때문”이라며 “지침에 대한 이의제기는 사건의 적정한 결정을 위해 반드시 현장의 의견이 필요하다는 송 지검장의 소신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 지검장은 “법대로 하는 게 기본이다. 권한과 책임이 일치하는 게 맞다”며 “대검에서 조만간 어떤 형태로든 개선이 있을 예정이니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이춘봉기자 bong@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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