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멘코너에서 역전 발판
역대 두번째 최고령 우승
PGA 최다우승 1승 남겨
김시우는 공동 21위 기록

▲ 15일(한국시간) 타이거 우즈가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PGA 투어 시즌 첫 번째 메이저대회 마스터스 최종라운드에서 우승을 확정짓고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타이거 우즈(미국)가 고향 같은 마스터스에서 ‘골프 황제’의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우즈는 15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시즌 첫 번째 메이저대회 마스터스 최종 라운드에서 2언더파 70타를 쳐 4라운드 합계 13언더파 275타로 우승했다.

공동 2위 더스틴 존슨, 잰더 쇼플리, 브룩스 켑카(이상 미국)를 1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오른 우즈는 지난 2005년에 이어 14년 만에 마스터스 우승자에게 주는 그린재킷을 다시 입었다. 우승 상금은 207만달러(약 23억5000만원)다.

1997년 마스터스에서 메이저 첫 우승을 최연소, 최소타, 최다 타수 차로 장식하며 새로운 골프 황제의 탄생을 알렸고 이후 2001년과 2002년, 2005년에도 우승한 우즈는 부활 드라마 역시 이곳에서 연출했다.

마스터스 통산 5번째 우승으로 잭 니클라우스(미국)의 최다 우승(6회)에 바짝 다가선 우즈는 PGA 투어 통산 우승도 81승으로 늘려 샘 스니드(미국)가 가진 최다 우승(82승)에 단 1승을 남겼다.

무엇보다 우즈는 2008년 US오픈 제패 이후 11년 동안 멈췄던 메이저대회 우승 시계의 바늘을 다시 돌린 게 반갑다.

 

메이저대회 15승째를 올린 우즈는 도저히 다다를 수 없을 것처럼 보였던 니클라우스의 메이저 최다승(18승) 추격에 시동을 다시 걸었다. 또 우즈는 메이저대회에서 처음 최종 라운드 역전승을 따내는 기쁨도 누렸다.

1975년생으로 올해 44세인 우즈는 1986년 니클라우스가 46세로 우승한 것에 이어 이 대회 역대 최고령 우승 2위 기록도 세웠다. 2005년 이후 14년이 지난 올해 마스터스 왕좌에 복귀한 것은 이 부문 기록이다.

이날 최종 라운드는 타이거 우즈(미국)의 화려한 부활을 위해 미리 각본을 짜놓고 연출한 무대 같았다.

10년 만에 메이저대회 최종 라운드 챔피언조 경기에 나서는 우즈였지만 1번 홀에서 경기를 시작하기도 전부터 주인공은 우즈였다.

티잉 그라운드를 몇겹씩 둘러싼 구름 관중 사이에서 터져 나오는 함성은 오로지 ‘타이거, 타이거, 타이거’ 연호뿐이었다.

티잉 그라운드에서 올라선 우즈는 어느 때보다 표정이 비장했다. 최종 라운드면 늘 입는 붉은 셔츠, 검정 바지에 검정 모자를 눌러쓴 우즈의 눈빛은 번득였다.

우즈의 표정은 경기 내내 한 번도 변하지 않았다. 버디를 잡아도, 보기를 저질러도 똑같은 표정이었다.

우즈는 10번 홀까지는 버디 3개에 보기 3개로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았다.

돌처럼 굳은 우즈의 표정과 달리 팬들이 뿜어내는 열기는 갈수록 뜨거워졌다. 그들은 우즈의 우승은 예정돼 있고, 곧 우즈의 마법이 시작될 것이라고 굳게 믿는 것 같았다.

‘타이거 광신도’들이 기다리던 쇼는 아멘코너 두 번째 홀인 12번 홀(파3)에서 드디어 막을 올렸다.

12번 홀은 오거스타 GC에서 가장 많은 관객이 몰리는 ‘요충’이다. 티박스 뒤편에 자리 잡은 커다란 스탠드형 관람석에는 통조림처럼 사람이 가득했다.

11번 홀까지 여러 차례 위기를 넘기는 ‘카테나치오 골프’로 우즈에게 추월을 허용하지 않던 몰리나리가 친 티샷이 짧아서 물에 빠졌다. 158야드에 불과하니 핀을 보고 쐈는데 바람을 잘못 계산한 듯했다.

우즈는 핀보다 한참 왼쪽을 겨냥해 티샷을 날렸다. 볼은 안전하게 그린에 안착했다. 다음번에 티박스에 올라온 토니 피나우(미국)도 핀을 보고 티샷을 날렸다가 물에 빠졌다.

우즈가 말한 ‘경험’이 바로 이거였나 싶었다.

13번 홀(파5)에서 가볍게 1타를 줄인 우즈는 마침내 10년 넘게 봉인했던 ‘맹수 본능’을 되살려냈다.

15번 홀(파5)에서 강력한 드라이버-아이언 투온-투 퍼트로 이어지는 버디 공식을 쉽게 풀어내며 단독 선두 자리를 꿰찼고 이어진 16번 홀(파3)에서는 티샷을 홀 옆 1m에 떨궈 승부에 사실상 마침표를 찍었다.

18번 홀(파4)에서는 세 번 만에 그린에 올라왔지만 수천 명의 팬이 몰려 황제의 귀환을 반겼다.

22년 전인 1997년 이곳에서 황제의 탄생을 알렸던 때와 그린과 풍경은 똑같았다.

다만 그때는 앳된 21살 청년이었던 우즈는 44세의 중년 아저씨가 됐고, 당시 아버지가 기다리던 그린 밖에는 딸과 아들이 대기하고 있다는 사실이 달랐다.

우즈가 챔피언 퍼트를 집어넣고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하자 오거스타 GC에는 우레같은 함성이 울려 퍼졌다.

어떤 이는 자신이 우승한 듯 환호했고 어떤 이는 머리를 감싸 쥐고 역사적 순간을 함께 했다는 벅찬 감동을 만끽했다. 또 어떤 이는 눈물을 글썽였다.

전날 우즈는 “잭(니클라우스)이 1986년에 어땠는지 잘 알고 있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그때 46세였던 니클라우스는 더는 메이저는커녕 일반 대회 우승도 힘들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마스터스 최종 라운드에서 불꽃처럼 일어나 역전승을 일궜다.

한편 세 번째 마스터스에 출격한 김시우(23)는 3언더파 69타를 쳐 공동 21위(5언더파 283타)로 대회를 마감했다. 첫해 컷 탈락, 작년 공동 24위에 이어 마스터스 개인 최고 성적을 낸 김시우는 “내년에는 더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다짐했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