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울산시가 내년 하반기에 개최할 가칭 ‘울산국제영화제’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 착수보고회를 가졌다. 이 가운데 울주세계산악영화제는 올해 4회차를 맞는 영화제 슬로건을 ‘함께 가는 길’을 확정하고 영화제의 방향성과 앞으로의 일정을 공개했다. 내년에는 울산에 2개의 영화제가 열리게 되는 것이다.

울산국제영화제 연구용역의 과업 내용은 한 단어로 압축하면 ‘울산 모델의 창출’이다. 주요쟁점은 한국의 대표적인 산업단지이자 인구밀집 대도시인 울산지역에 특화된 모델 창출, 국민소득 3만달러의 고도화된 산업구조에 부합하는 모델 창출, 유투브·넷플릭스 등 새로운 미디어 환경 변화에 발맞춘 모델 창출, 일상적인 삶의 향유를 중시하는 새로운 청년세대의 가치에 부합하는 모델 창출, 국내외 영화제의 난립에 대응하는 차별적인 콘셉트 창출로 요약된다. 각종 영화제가 우후죽순격으로 만들어지는 와중에 울산만의 콘셉트를 도입하고, ‘울산지역’ ‘청년세대’ ‘미디어 환경변화’에 부합하는 새로운 영화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송철호 시장의 의중은 국제영화제를 기존의 문화적 성과를 포용·발전시키는 ‘빅텐트 문화축제’로 승화시키겠다는 것이다. 울산영화제는 송철호 시장이 20년전부터 관심을 가졌던 분야로,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공약으로 채택했다. 20년이 지나면서 시대와 세대가 변했고, 주변 도시들의 환경도 급변했다. 영화제와 관련된 아무런 기반도 없는 울산에서 부산 등 엄청난 경쟁력을 가진 도시들과 어깨를 견줄 수 있을지 걱정이다. 차별성을 부각시킬 마땅한 방안이 쉽사리 떠오르지 않기에 하는 말이다.

민선 시장으로서 공약을 이행하겠다는데 딴지를 걸겠다는 것은 아니다. 울산형 국제영화제를 어떻든 차별되게 만들어간다면 그만큼 좋은 일도 없다. 그러나 18일 열린 영화제 연구용역 시방서에 표기돼 있는 ‘빅텐트 문화축제’가 자칫 허울 좋은 용어의 함정이 되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우리는 그동안 손에 잡히지 않는 뜬구름 잡는 식의 문화 행사들을 한 두번 본 게 아니다. 울산 뿐만 아니라 많은 지자체장들이 표를 의식해 영화제 같은 퍼주기 행사를 벌여 왔다. ‘공약’이라는 빌미로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다가 결국 시민 세금만 축내는 꼴이 될 수 있음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어떻게든 하겠다는 전제를 깔고 덤벼드는 형국에서 필요한 것이 바로 최근 회자되는 ‘예비타당성 조사’다. 용역 결과 타당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못하게 되는 장치다. 물론 영화제는 예타대상은 아니지만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치는 것처럼 예산의 유용성에 대해 엄중하게 검증해야 할 것이다. 이번 용역을 통해 울산에 적절한, 울산만의 영화제를 찾아내기를 어쨌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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