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주군수와 울주군의회가 갈등을 빚고 있다. 사소한 감정싸움을 넘어 울주군의 행정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군정 차질도 예상된다. 집행부와 의회는 지방자치를 이끌어가는 두바퀴의 수레다. 적절한 견제가 반드시 필요하기도 하지만 적극적인 협력 없이는 원만한 시정(施政)도 어렵다. 규모와 책임, 권한에 있어서는 엄청난 차이가 있지만 반드시 맞물려 돌아가는 관계인만큼 서로에 대한 존중과 예의가 무엇보다 중요한 윤활유가 된다. 문제는 이 존중과 예의라는 윤활유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예민하기가 이를데 없다는 것이다. 쉽게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때론 이성을 마비시켜 생각지도 못한 커다란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그 피해가 지역주민들에게 전파되기 전에 서둘러 마무리하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표면적인 발단은 지난 4일 열린 옹기축제에서의 의전(儀典)이다. 의장과 의원 차량의 행사장 진입 통제를 두고 의회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그로 인해 간정태 의장과 의원들은 옹기서명과 소원가마 점화 행사 등에 불참했다. 이선호 군수의 심기가 불편해졌다. 하지만 개막식에 의원 전원이 참석함으로써 일시적인 오해 또는 불편한 감정 정도로 마무리되는 모양새였다. 그런데 거기서 그치지 않고 ‘전쟁’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옹기축제가 끝나고 7일 열린 간부공무원 회의에서 이군수가 의회와 관련된 업무를 엄중하게 처리할 것을 조목조목 지시한 때문이다. ‘위원회에서 의장을 공유해 공문으로 출석을 요구할 때만 출석하라’는 등 의회를 시정의 파트너로 인정한다면 있을 수 없는 지나친 내용들이다. 의회의 심기를 제대로 건드린, 사실상 ‘선전포고’가 됐다. 당연히 의회는 발끈하고 나섰다. 9일 간담회를 열어 대책을 논의할 것이라고 한다.

의전은 울주군의회에 있어 ‘곪은 종기’나 다름없다. 이군수는 취임하자마자 의전간소화를 내세웠고 결과적으로 행사 때마다 의회 홀대를 낳았다는 불만이 팽배해 있었다. 간소화라는 명분아래 간소화 이전보다 오히려 더 군수 중심의 의전이 되고만 때문이다.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항상 미흡해서 불만이 생기는 것이 의전인데 간소화하게 되면 주최측이 덜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의전을 줄일 수 밖에 없고, 그로인해 상대적으로 홀대를 받아온 의회로선 ‘곪은 종기’가 마침내 터진 것이다. 잘 치료해서 새살이 돋아나는 계기로 삼을 필요는 있겠으나 군정과 동떨어진 의전문제를 두고 기싸움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민들의 동의를 얻어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볼썽사나운 위세 싸움을 비쳐지고 있을 뿐이므로 길게 끌어 군정차질로 이어지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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