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태풍 차바 당시 울산 우정혁신도시를 거쳐 흐르는 유곡천이 넘쳐 울산이 온통 난리가 났다. 태화시장 점포들이 모두 잠겨 가구와 상품들이 못쓰게 돼 상인들은 크게 재산손실을 입었다. 급작스럽게 내린 기습 폭우 때문에 미처 대비할 틈이 없었던 점도 원인이었지만 그 보다는 더 큰 원인은 물이 들어가지 않는 ‘불투수층’이 혁신도시에 도배돼 있었기 때문이었다.

3만5000명이 들어설 울산다운2공공주택지구가 완공되면 주택지구와 접해 흐르는 척과천이 범람할 것이란 우려가 높다. 울산시는 지난 2009년 최초 지구지정 수립 당시 ‘사업시행 전 하천 관련 의제협의’ 의견을 통보했으나, LH는 하천법 관련 사항에 대한 서류도 갖추지 않고 협의를 진행했다. 이어 LH는 지난 2015년부터 사업이 본격화되었지만 지난해 일언반구도 없이 착공에 들어갔다. 울산시가 하천분야 재협의를 LH측에 통보했지만 역시 대답은 없었다.

현재 울산다운2지구의 면적은 186만637㎡. 울산우정혁신도시의 면적 298만4000㎡보다는 작지만 우정혁신도시에 유곡천과 약사천 등 하천이 여러 곳에 있음을 감안하면 결코 작은 면적은 아니다. 더욱이 울산다운2지구에는 오직 척과천 밖에 없으며 이 하천은 길게 이어져 사업지구와 3.7㎞나 접해 있다. 울산다운2지구를 통과하는 이 척과천은 태화강 본류와 만나면서 유속이 현저히 떨어져 울산만으로 들어오는 밀물과 겹칠 시 범람 위험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보통의 경우 들판은 빗물의 40%가 증발되고 50%가 땅속으로 스며들며, 10% 정도가 지표면으로 유출돼 하천으로 유입된다. 울산다운2지구의 경우 대부분 들판이 논과 밭으로 이뤄져 있어 빗물을 흡수하는 능력이 특별히 높다. 특히 논은 거대한 저수지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일대가 아스팔트로 뒤덮이면 빗물은 거의 100% 척과천으로 빠져나가게 된다.

울산시가 이달 초 LH측에 하천기본계획 재수립 용역 결과를 고려한 하천분야 재협의 의사를 묻는 공문을 발송했다고 하니 기다리기는 하겠지만 만의 하나 이전과 같은 LH측의 무성의한 답변이 돌아온다면 주민들의 심한 저항에 부딪힐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앞서 중구청은 울산다운2지구 주변 수해방지를 위해 LH 측에 척과천 정비를 요청했으나 LH는 사업지구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답신한 바 있다.

LH가 조성한 혁신도시가 울산을 물바다로 만든 기억을 주민들은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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