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울산본부는 지난 9일 송철호 울산시장이 취임 후부터 줄곧 공들여온 ‘경제사회노동 화백회의’에 불참을 선언했다. 재계와 노동계,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기구인 화백회의를 통해 노사화합을 꾀하고 그로부터 울산형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송시장의 구상에 사실상 금이 간 것이다. 송시장의 구상은 노조의 반발에 부딪혀 위기에 직면해 있는 ‘광주형 일자리’와는 달리 수소경제라는 큰틀 아래 수소자동차와 부유식해상풍력, 동북아에너지허브를 노사정이 함께 추진해나가는 ‘울산형 상생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신라시대 부족 대표들이 모여 중요한 일을 논의했던 화백회의처럼 노사민정 대표들의 만장일치 합의를 끌어낼 자신감이 있었다. 취임과 동시에 화백회의 특별보좌관이라는 새로운 자리를 만들어 측근을 앉힌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데 민선 7기 출범 10개월여 만에 겨우 그 결실을 맺을 단계에 이른 화백회의는 민주노총의 불참선언으로 반쪽으로 전락하게 됐다. 민주노총은 “정부가 탄력근로제 확대 등 노동정책을 개악하는 상황에서 울산지역 참여는 옳지 않다고 결론 내렸다”고 이유를 설명하며 “그 산하기구인 조선업종분과 자동차업종분과, 또한 경사노위, 노사민정, 상생형일자리 등의 명칭하에 추진되는 구조는 불참한다”고 밝혔다. 송시장으로서는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심정’일 게 분명하다. 스스로 민주노총과는 각별한 관계라고 인식하고 있는데다 최근 70억원의 시비를 들여 ‘민주노총 울산본부 노동화합회관’을 건립해주기로 하는 등 민주노총에 특별한 배려를 해온 송시장이 아니던가.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함께 사용하는 것을 전제로 추진된 울산노동복지센터가 지어지고 있는 상황임에도 양 노조의 의견대립으로 입주를 거부한 민주노총 울산본부를 위해 단독회관인 ‘노동화합회관’을 건립해주기로 하고 울산시는 올해 2억7000만원의 설계비 예산을 편성해놓고 있다.

이러니 화백회의 참여도 안하겠다는 민주노총에 회관을 지어질 이유가 있느냐는 시민들의 반발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시는 애써 “화백회의와 노동화합회관 건립은 별개”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시민들의 정서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사정이 힘을 모으자는데, 그것도 불참하겠다는 노동단체에 회관을 지어줄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대기업 노조의 변화 없이는 울산의 미래가 없다는 것은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수소경제가 실질적으로 얼마나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낼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지금 당장 ‘울산형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사민정이 지혜를 모으지 않으면 울산에 닥친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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