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오일·가스 허브 도시로 비상

 

석유·가스 등 에너지는 단순한 자원개념이 아니다. 세계를 움직일 수 있는 거대한 에너지 권력이다. 에너지 제패는 곧 세계의 패권국이 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민선 7기 울산시는 에너지 권력의 중심에 서려한다. 동북아 오일·가스 허브 사업을 통해서다. 울산의 신성장 동력으로, 우리나라의 글로벌 국가 위상 증진과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해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사업이다. 정부와 울산시의 야심찬 계획과 실현 전략을 살펴본다.

러시아 PNG 울산에 연결 제안
수송원가 LNG 비해 3배 저렴
가스허브 기반시설 구축 계획
SK가스도 저장시설 울산 건설
중동산 원유 다변화 전략 모색
시베리아 원유 배로 2일 걸려
수송비 절감·유종 다양성 확보
세계 4대 오일허브 도약 밑거름

◇오일·가스 아우른 ‘에너지 국제거래 허브’ 표방

국가 에너지산업의 지도를 바꿀 동북아 오일허브는 울산에 1조9000억원을 들여 2026년까지 2413만배럴 규모의 석유저장시설과 국제석유거래소를 건설하는 국책사업이다. 우리나라를 미국·유럽·싱가포르에 이어 세계 4대 오일허브로 만든다는 목표로 2008년부터 추진됐다. ‘오일허브’란 상업용 탱크터미널을 구축하고 원유 또는 석유제품의 집산(集散)을 통해 상업적 거래나 석유제품의 블랜딩(Blending) 등 다양한 형태의 가공과 제조가 이뤄질 수 있도록 환경이 조성된 지역을 말한다.

장기적으로 모든 석유제품의 물류거래 및 금융거래의 중심지 역할을 하게 됨은 물론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5위의 석유 수입국(연평균 11억2000만배럴 수입)이자 8위의 소비국이다. 특히 산업용 비중이 높다. 국내 석유소비 중 산업용 비중은 2017년 기준 60%이며 2040년에도 이 비중은 61.1%로 전망된다.

당초 정부와 울산시의 동북아 오일허브 사업은 오일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저유가 등으로 사업참여자들이 경영난을 겪으면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와 시는 돌파구를 가스에서 찾았다. 오일허브에 국한하지 않고 가스허브까지 아우른 ‘에너지 국제거래 허브’ 육성으로 프레임을 확대했다. 이에 따라 동북아 오일허브 사업의 명칭도 동북아 오일·가스 허브로 변경했다.

 

◇러시아 ESPO로 세계 4대 오일허브 도전

정부와 시는 사업의 성패가 러시아와의 전략적 제휴에 있다고 분석한다. ‘오일허브’의 경우 중동산(産) 원유에 집중됐던 비축 유종이 러시아 시베리아산 원유(ESPO)와 미국의 셰일가스 등으로 다변화 되면서 석유공급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공급루트 또한 다양해 질 전망이다. 공을 들이는 곳은 무엇보다 러시아다. 러시아는 극동 시베리아 지역을 ‘아시아의 중동’으로 육성해 왔다. 세계 3대 오일허브 가운데 시베리아산 원유를 거래하는 곳은 없다. 무주공산인 셈이다. 정부와 시는 시베리아산 원유를 동북아 오일허브의 대표 유종으로 도입하려 한다. 접근성이나 경제적인 측면에서 최상으로 분석된다. 러시아는 2012년 시베리아산 원유를 팔기 위해 동시베리아·태평양 송유관인 ESPO(연간 수송능력 5800만t)를 설치했다. ESPO는 4739㎞의 길이로 유전에서 블라디보스톡항이나 코즈미노항까지 연결된다. 중동 두바이유가 울산항까지 오는 기간은 25일이다. 반면 시베리아산 원유는 배로 울산항까지 2일 소요된다. 수송비 절감효과가 크다. ESPO원유는 중동산 원유와 달리 재판매가 허용돼 트레이더들이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다. 정부와 시가 시베리아산 원유를 동북아 오일허브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하면, 세계 4대 오일허브로 자리잡을 수 있다. 러시아로선 아태지역으로 오일 시장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정부와 시는 시베리아산 오일을 필두로 미국의 셰일오일, 중동산 오일까지 다뤄 울산을 세계 오일시장의 실크로드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러시아 PNG로 가스허브 육성

가스 경제(Gas Economy)를 주도하게 될 ‘가스허브’의 전략도 러시아와 직결돼 있다. 가스허브의 중요성은 파리기후협약 등 지구 온난화에 대한 대처로 친환경발전 바람이 불면서, 석탄·석유에 비해 상대적으로 탄소 배출이 적은 천연가스가 각광받는 데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국(EIA)에 따르면 매장량으로는 러시아가 가장 많은 천연가스를 보유하고 있다. 파이프라인을 통한 천연가스 수출은 세계 1위로 시장 점유율이 29%를 차지한다. 유럽에서의 러시아산 가스 의존율은 절대적이다. 유럽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은 가스 수입의 51%를 러시아에 의존한다. 또 오스트리아·핀란드·헝가리는 수입가스의 100%가 러시아산이다.

정부는 북방경제의 하나로 남·북·러를 잇는 ‘천연가스파이프(PNG)’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PNG의 최대 장점은 경제성이다. 액화설비와 LNG 수송선 등이 필요한 LNG에 비해 수입 비용이 저렴하다. 가스공사의 한·러 PNG 공동연구(2010년)에 따르면 단위당 수송원가는 LNG가 PNG의 3배 수준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러는 PNG 연결과 관련 경제성, 기술성 등 공동연구를 추진키로 합의했다. 연해주 페레보즈나야에서 북한을 거쳐 경기도 평택까지다. 세계 3위의 LNG 수입국인 우리나라는 전량을 바닷길로 수입하고 있다. PNG가 설치되면 유럽처럼 천연가스를 육로로 도입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또한 해외 역수출도 가능하다. 울산시는 PNG를 울산까지 연결해 줄 것을 정부에 적극 건의하고 있다. 당위성을 확보하기 위해 송철호 시장은 지난해 블라디보스톡에서 개최된 제4차 동방경제포럼에서 러시아측에 ‘러산(RUSSAN·러시아와 울산의 합성어)마켓’ 구축을 제안했다. 울산을 러시아 가스의 극동지역 비축기지로 만들어 국제기준가격을 설정할 수 있는 가스허브로 만들자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울산시는 국책사업으로 LNG 저장시설 설치(10기·3조원), LNG벙커링 기반구축(8억7150만㎥/년·7000억원) 등 가스허브의 기반시설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시는 산업단지 기업연료의 20% 정도를 LNG로 전환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연간 12억1571만㎥ 수준이다. 가스허브의 경제성이 인정되면서 민간기업의 대규모 투자도 확정됐다. SK가스는 최근 2021년부터 2024년까지 1조5000억원을 투자해 가스복합발전소와 에너지저장장치를 울산에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시는 동북아 오일·가스허브 사업으로 지역경제활성화를 꾀한다. 화학산업, 정유산업, LNG산업, 선박급유, 액체, 운송가스, 수소산업, 선박수리, 선용용품 등을 아우르는 액체화물 및 항만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해 고부가가치 산업공간을 형성한다는 전략이다. 최창환기자 cchoi@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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