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봉희 울산환경사랑운동본부 회장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찬반 논쟁이 여전히 뜨겁다. 탈원전 정책은 기존의 노후화된 원전은 폐쇄하고, 신규 원전을 설치하지 않아 점차적으로 원자력발전 비중을 줄여나가겠다는 정책이다. 물론 탈원전 선언으로 몇년 새 원전이 없어지는 건 아니지만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나라의 전력수급 체계가 바뀔 수 있는 중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충분한 사회적 합의는 반드시 필요하다. 탈원전 정책은 원자력발전의 안전성 문제에서 시작됐다. 원전은 철저한 안전성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이 쓰나미로 인해 속수무책 무너지는 모습은 탈원전 정책에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됐다. 또한 울산과 부산을 중심으로 동해안에 집중된 원전밀집구조와 경주와 포항의 지진발생 이후 더 커진 원전에 대한 불안감도 작용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원전이 위험하다면 우리 원전이 아니라 중국 동해안에 우후죽순처럼 건설되고 있는 안전이 미검증된 중국원전이 더하다고 한다.

원전은 에너지 정책과 안보, 비용, 환경 등 여러 면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결정해야 할 국가적 중대 사안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에너지 다소비 국가에 속한다. 2014년 기준 우리나라 한해 전력 소비량은 47만7592GWh에 달한다. 이들 전기는 원자력발전소와 석탄화력발전소가 전체 전력 생산량의 70% 정도를 담당하고, 천연가스(LNG)와 석유발전소가 약 23%, 신재생 발전이 4.5%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태양광발전 등 재생에너지는 매년 발전량이 증가하고 있지만 2016년 기준 총발전량의 7%에 불과한 수준이다. 탈원전 정책의 핵심은 원전을 대체할 발전으로 전력생산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렇지 못하다. 우리나라는 제조업 생산비중이 크고 전력소비가 많은 경제구조여서 전력 수요는 여전히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원전을 제외한 나머지 발전으로 현재의 전력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정부는 탈원전 정책에 맞춰 대체 에너지원으로 태양광 발전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태양광 발전은 자연의 에너지를 활용해 전기를 생산한다는 점에서 매우 친환경적이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원전을 대체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우선 태양광 발전을 위해 설치해야 하는 패널 부피가 커 많은 면적을 차지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일조량이 많지 않고 기후 변화에 따라 발전 효율이 크게 떨어질 수도 있다. 향후 태양광 패널의 대규모 폐기 시점에서 막대한 폐기물 처리비용과 납, 크롬 등 중금속 오염 문제도 우려되고 있다.

농어촌공사는 지난해 4월 정부의 신재생에너지정책에 따라 2022년까지 7조4861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941개 지역에 총 4280㎿ 규모의 태양광발전 설비를 갖추기로 했고, 이 가운데 899개 지역 2948㎿ 규모는 공사가 관리하는 저수지에 수상태양광발전 설비를 갖추기로 해 적잖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수질 오염과 미관 저해, 빛 반사 등 설치에 따른 부정적 의견이 제기되면서 결국 이 사업 계획은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해 더 이상 구체화되지 못하고 있다. 태양광 외에 바닷물의 밀물과 썰물때 해수면의 수위 차를 이용하는 조력, 바람의 힘으로 터빈을 돌리는 풍력 등을 이용한 발전이 있다. 정부는 2016년 기준 전체 발전량의 7%수준인 이들 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까지 20%로 늘리는 재생에너지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는 보조적인 에너지원 역할을 할 수는 있지만 주에너지원이 되기는 어렵다.

우리나라 전력 수요를 감안해 안정적인 전력 수급과 에너지 안보를 위해서는 원전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원전을 대체할 석탄의 경우 발전단가는 비교적 싸고 발전 효율이 높은 편이지만 미세먼지와 이산화탄소 등 환경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천연가스(LNG)는 국제시장에서의 수급이 불안정해 주에너지원으로 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크다. 물론 탈원전 정책을 점진적으로 추진한다고 해도 머지않은 미래에는 그로 인한 에너지 대혼란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원전의 위험성과 안전성을 이유로 울산에도 소수 환경단체에서 탈원전 정책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상당수 환경단체에서는 여전히 탈원전에 대한 충분한 사회적 합의와 대안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탈원전 정책이 또 다른 막대한 사회적 비용과 환경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보다 심도있는 대책 마련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봉희 울산환경사랑운동본부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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