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습관·환경·사회적요소 공유해 발생

다운증후군·혈우병·색맹 등 유전질환도 포함

유방암·폐암·전립선암은 유전적 영향 높아

의료정보·유전체 활용 건강관리 서비스 관심

고대 그리스의 히포크라테스를 비롯해 중세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은 폐결핵을 전염병이 아닌 유전병이라고 믿었다. 이는 결핵이 환자 가족에게 대를 이어 나타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농사에 기초한 자급자족 체제이자 폐쇄적인 커뮤니티였기에 부모의 결핵이 자식으로 전염되는 악순환이 반복돼 결과적으로 유전되는 것처럼 보였다. 위생 개념이 발달하면서 대부분의 전염병은 더이상 가족력 질환으로 분류되지 않았으나, 생활습관과 관련된 만성질환인 고혈압, 당뇨 등은 지금도 대표적인 가족력으로 관리되고 있다. 가족력을 알면 자신이 어떤 병에 취약하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게 되고, 그에 따라 생활방식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 유전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질병과 가족력에 의한 질병에 대해 자세하게 알아본다.

◇고혈압·당뇨병·뇌졸중 등 가족력 질환

가족력 질환은 집안에 같은 질환을 가진 환자가 많이 생긴다는 점에서 유전성 질환과 혼동될 수 있다.

유전성 질환은 특정한 유전 정보가 자식에게 전달돼 질병이 발생하는 것으로, 유전자 이상의 전달 여부로 질병이 발생한다. 다운증후군, 혈우병, 색맹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가족력 질환은 가족 내의 유전뿐만 아니라 가족 내에서 공유되는 생활습관, 환경, 사회적 요소 등에 의해 발생한다. 즉 가족력이 유전을 포함하는 것이다.

가족력의 영향을 받기 쉬운 질병은 고혈압, 당뇨병, 뇌졸중, 심장병 및 여러 종류의 암이 대표적이다.

부모 모두 정상일 때 자녀가 고혈압일 확률은 4%에 불과하지만, 부모 중 한쪽이 고혈압이면 30%, 양쪽 모두면 50%까지 가능성이 커진다.

부모 중 한쪽이 제2형 당뇨병일 경우 자녀에게서 당뇨병이 발생할 확률은 약 10~30%다. 양친 모두 제2형 당뇨병이 있으면 자녀에게서 당뇨병이 생길 가능성은 30~40%로 알려져 있다.

가족이기 때문에 공유하기 쉬운 사회·경제적 수준, 식생활 습관, 신체활동 및 운동 습관, 흡연 여부 등이 앞서 언급한 질환들에 영향을 준 것이다.

◇유방암·폐암·전립선암 등 유전적 질환

2004년에 발표된 스웨덴과 독일 암연구센터의 공동 연구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이 연구팀은 스웨덴인 1000만명을 대상으로 직계 가족력과 암 발병 위험을 조사했다.

위암의 경우 암 가족력보다 헬리코박터균이나 흡연경력으로 인한 발병위험이 훨씬 높게 나타났다. 대장암은 부모가 대장암 환자일 경우 본인이 걸릴 확률은 3~4배 이상 증가하고 형제 중 대장암 환자가 있는 경우 7배까지 위험이 증가했다.

유방암은 유전적 요인이 컸다. 가족 중 유방암 환자가 2명 이상이면 유전자검사가 필요하다. 이 경우 약 20%에서 유전자(BRCA 1·2) 돌연변이가 있다. 유전자(BRCA 1·2) 돌연변이가 있을 경우 유방암뿐만 아니라 난소암 발병에도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폐암도 가족력이 있으면 발병 위험이 2~3배 높다. 가족력이 있는 10년 이상 장기 흡연자는 40세 이전부터 저선량 흉부 CT(전산화단층촬영)를 매년 한 번씩 찍어야 한다.

전립선암 가족력이 있는 남성은 전립선암에 걸릴 위험이 4.5~8배 높기 때문에 가족력이 있으면 보통 50세부터 받는 PSA(전립선특이항원) 검사를 40세부터 받는 것이 좋다.

◇디지털 헬스케어 시대의 가족력 관리

수년 전 할리우드 스타 안젤리나 졸리가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유전자 검사 결과 난소암을 앓다 숨진 엄마의 유전자를 물려받아 유방암과 난소암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예방을 목적으로 유방절제술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후 암 가족력이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유전자 검사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미국과 유럽 등의 국가에서는 이미 일반인들도 졸리처럼 의료정보 시스템과 유전체를 통합한 개인 가족력 관리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으며 한국도 건강 관리 및 질병 예방에 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머지않아 도입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의료정보 시스템과 유전체를 통합한 개인 가족력 관리 서비스는 온전히 환자의 기억에만 의지하지 않고도 가족력 수집이 가능하다. 나와 가족이 평소에 방문하는 병원 정보시스템의 환자 정보, 개인의 스마트폰에 저장되는 건강 정보, 유전체 데이터베이스 등을 통합해 연결하면 보다 정확하고 체계적인 가족력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렇게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증진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할 수 있는 것이다. 참고=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소식 정리=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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