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민관합동 조사결과 공개
제조업체 책임소재 논란 거셀 듯

전국 23곳에서 잇따른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에 대한 민관합동 조사 결과 제조결함과 관리부실, 설치 부주의 등 4∼5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가운데는 배터리 제조사와 직접 관련된 부분도 있어 해당 업체들의 책임소재 논란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1일 민관합동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위원회(위원장 김정훈 교수)가 약 5개월에 걸쳐 조사한 결과를 공개하고 화재 재발 방지 및 ESS 산업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민관조사위 발표에 따르면 △배터리 보호 시스템 미흡 △운용관리 부실 △설치 부주의 △통합관리체계 부족 등 4가지가 직·간접 화재원인으로 꼽혔다.

또 일부 배터리셀의 제조상 결함도 발견됐으나 이는 화재 원인으로 확인되지는 않았고 화재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위는 먼저 합선 등에 의해 큰 전류나 전압이 한꺼번에 흐르는 전기적 충격이 가해졌을 때 배터리 보호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배터리에서 화재가 발생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랙 퓨즈, 직류접촉기, 버스바 등 배터리 보호시스템이 전기충격을 차단하지 못하거나 성능이 저하돼 폭발하는 것은 결국 배터리 제조사의 책임이라고 조사위는 보고 있다.

두번째 직접적 원인은 ESS를 설치해 놓고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데 따른 것이라고 조사위는 지적했다.

보통 ESS가 태양광이나 풍력발전 설비와 함께 바닷가나 산골짜기 등 외진 곳에 설치돼 있어 상주 관리인이 없는 탓에 온도와 습도 등을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큰 일교차로 이슬이 맺히고 다량의 먼지 등에 노출돼 절연이 파괴된 결과 불꽃이 튀기는 등 화재가 발생할 수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 두가지 요인이 가장 큰 직접적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세 번째 직접적 원인으로는 신산업인 ESS를 영세 시공업체들이 처음 다루다 보니 고온다습한 곳에 배터리를 사나흘 방치하는 등 설치 부주의로 화재가 발생한 경우가 지목됐다.

화재의 직접적 원인은 아니지만 ESS를 이루는 배터리, 전력변환장치(PCS), 소프트웨어 등 개별설비들이 한몸처럼 설계, 또는 운용되지 않은 것이 네번째 요인으로 지적됐다.

하나의 통합된 시스템으로 운용되지 않다 보니 화재를 예방하거나 일부 발화가 전체 큰불로 번지는 것을 막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일부 제조결함도 화재 가능성을 높인 요인으로 꼽혔다.

일부 배터리셀에서 제조결함이 발견됐으나 시험 실증에서 곧바로 화재로 이어지진 않았다. 다만, 매일 배터리를 가득 충전했다가 완전히 방전하는 등 가혹한 조건에서 운영하면 내부 단락(합선)으로 인한 화재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조사위는 결론 내렸다.

조사위는 ESS 분야의 학계, 연구소, 시험인증기관 등 전문가 19명으로 구성돼 올 1월 출범한 이후 화재 현장 23곳에서 조사와 자료분석, 76개 항목의 시험·실증 등을 거쳤다.

ESS 화재와 관련된 업체는 배터리 제조업체인 LG화학, 삼성SDI를 비롯해 PCS·SI(설계·시공) 업체까지 약 30곳으로 알려졌다.

산업부는 향후 대책과 관련, 제조·설치·운용·소방 등 단계별로 ESS 안전을 강화할 방침이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