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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엘 파소 일렉트릭 인수사례가 현대중공업에 주는 시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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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6.12  21:4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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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준희 한국석유공사 비축관리팀 부장 변호사

미국시간으로 지난 월요일, 텍사스주 서부와 뉴 멕시코 남부 일대에 전력을 공급하는 민간 발전회사인 엘 파소 일렉트릭(El Paso Electric Company, EPE)이 미국 최대 금융그룹인 제이피 모건(J.P. Morgan)이 운용하는 인프라 투자 펀드(J.P. Morgan Infrastructure Investments Fund)에 인수된다는 발표가 있었다. 부채를 포함한 총 인수가액은 43억달러(한화 약 5조원), 주당 인수가격은 경영권 프리미엄 17%를 반영한 68.25달러 규모인 이번 거래는 피인수회사 주주총회 의결 및 관계당국의 승인을 거쳐 2020년 상반기 중 완결될 예정이다.

이번 인수사례가 주목을 끈 이유는 대상 기업인 EPE가 적대적 M&A시 기존 경영진의 경영권을 방어하는 대표적 수단 가운데 하나인 포이즌 필(Poison Pill)이 구상·행사된 첫 사례이기 때문이다. 독약 조항 또는 주주권리계획(shareholder rights plan)이라고도 번역되는 포이즌 필은 주주 일방이 일정비율(통상 20%) 이상의 회사주식을 취득하는 경우 해당 주주를 제외한 모든 다른 주주들에게 시가 대비 대폭 할인된 가격으로 신주를 매입할 권리를 부여함으로써 경영권을 침해하려는 주주의 보유지분율을 희석하거나 부담해야 할 인수가액을 늘려 인수시도를 포기하도록 만드는 기업경영권 방어수단이다.

포이즌 필이 최초 구상된 1982년 당시 EPE는 아메리칸 제너럴 오일(American General Oil Co., Inc.)의 적대적 인수시도에 노출되어 있었는데, 기업 인수·합병 분야의 최고 로펌 가운데 하나인 왁텔(Wachtell, Lipton, Rosen & Katz)의 마틴 립튼(Martin Lipton)이 EPE 자문 변호사로서 경영권 방어수단을 강구하던 중 이를 구상하고 실제 사례에 적용하여 경영권 방어에 성공하게 된다. 포이즌 필은 이후 1985년 미 델라웨어 주 대법원에서 모란 대 하우스홀드(Moran v. Household International Inc.) 판결을 통해 그 법적 정당성이 인정됨에 따라 합법적인 경영권 방어수단으로서 미국 내에서 제도화되었고, 캐나다와 프랑스를 거쳐 일본 역시 지난 2005년 회사법제현대화법 제정을 통해 입법화하기에 이른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6년부터 정부 주도의 법제화가 추진되어 오다가 의원입법으로 신주인수선택권이 포함된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이 2018년 5월15일 발의돼 현재 법제사법위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인수대상 기업에 얽힌 이 제도 연혁 못지않게 이번 거래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양사간 합의된 거래완결후 이행조건들이다. 1901년에 설립돼 무려 118년간 지역사회와 생사고락을 함께 한 EPE를 위해, J.P.모건은 근로자 1100명 전원의 고용승계, 회사법인의 독립경영 보장과 같은 경영조건 일반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본사를 현재와 같이 텍사스주 엘 파소에 존속시키고, 지역공동체 파트너 프로그램(Community Partner Program)의 일환으로 EPE가 출연한 120만달러 상당의 기금을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또 향후 20년간 1억달러를 추가로 출연해 EPE 사업지역 경제를 발전시키고 EPE가 지역경제에 엔진역할을 할 수 있도록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지역경제지속가능펀드(Community Economic Sustainability Fund)를 조성하는 것까지 망라하고 있다. 한 지역에 오래 뿌리내린 기업을 사들인다는 의미가 단순히 대금을 주고 경영권 확보에 필요한 지분을 인수하는데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 기업의 터전이 된 지역사회의 지지를 함께 거두어들이는 데까지 미치고 있음을 실감하게 하는 대목이다.

최근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및 이후 기업구조 재편과 관련한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구성원간의 갈등을 중재하고 봉합할 구심점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현장실사 등 남은 절차가 예정대로 진행되더라도 유효 여부 관련 시비를 치유하고 법적 분쟁을 해소하는 데 상당한 기간과 비용이 소모되는 것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경영진, 주주, 노조 등 직접적인 구성원들의 동의를 넘어 지역사회 전반의 지지를 동력삼은 기업인수는 불가능한 것일까. 5월말 현대중공업 임시주총 결과와 이후 일정에서 금번 엘 파소 일렉트릭 인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준희 한국석유공사 비축관리팀 부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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