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구편 - (2)쇠부리 코스(농소·중남부권)

▲ 북구 달천동 천마산 편백산림욕장. 경사가 가파르지 않아 누구나 걷기에 좋다.

울산 대표 독립운동가 박상진 의사
생가서 시작해 뒤편 호수공원 코스
고즈넉한 풍광에 역사적 의미까지
야간산행이 더 좋은 무룡산·염포산
울산공단의 멋진 야경 즐길 수 있어

달천동 천마산 편백산림욕장에선
피톤치드 흠뻑 마시며 힐링 가능
푸근한 시골장 모습의 호계시장
볼거리·먹거리 풍성해 찾아볼만

나경상(가명)씨의 울산 북구 테마여행 두 번째 추천 코스는 북구의 대표 문화 쇠부리를 따 만든 ‘쇠부리 코스’다. 예로부터 북구는 좋은 쇠를 만드는 곳으로 유명했다. ‘쇠부리’는 땅 속에서 철을 찾아내 녹이고 두드려 쓸모있게 만들어내는 모든 과정을 일컫는데 좋은 쇠를 만들기 위해서는 각각의 단계가 필요하듯이 북구에도 목적에 따라 방문하기 좋은 각각의 장소들이 있다.

나경상씨가 이번에 추천할 방문지는 철장의 역사가 깃들어 있는 달천철장과 박상진 의사 생가, 열정과 감성을 키울 수 있는 무룡산·염포누리 야경, 조용하지만 자연 속에서 힐링할 수 있는 편백산림욕장까지 북구의 농소권과 중남부권을 아우르는 코스다.
 

▲ 고헌 박상진 의사의 생가.

◇땅 속에 깃든 옛 지혜와 기억

쇠부리의 첫 걸음은 땅속에 숨은 철을 찾아내는 토철 과정이라고 한다. 숨겨진 철처럼 북구지역 곳곳에는 역사가 깃든 곳이 많이 있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고헌 박상진 의사의 생가와 달천철장을 들 수 있다.

달천철장은 달천동과 상안동 일대에 분포하는 유적으로, 철의 원료인 토철 또는 철광석을 캐던 곳이다. 달천동과 상안동 일대에 분포하는 이 유적은 원래 이름인 달내에서 유래했으며 그 역사는 삼한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달천의 철은 경주 황성동의 제철유적에서 출토된 철기의 비소 함량과 유사하다는 것으로 볼 때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유적이다.

▲ 박상진 의사 생가를 거쳐 조금 안쪽으로 들어가면 만날 수 있는 박상진 호수공원.

고대 철의 역사를 뒤로 하고 지역의 대표적 독립운동가인 박상진 의사의 흔적을 찾아보자. 박상진 의사는 일제강점기의 독립운동가로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독립운동을 위해 모든 재산을 바치며 활동했다. 당시 대지주였던 박상진 의사는 모든 재산을 독립운동 자금으로 사용해 집안이 몰락했고 이 집도 남의 손에 넘어갔으나 지난 2002년 울산시가 매입해 2007년 복원 정비사업을 완료했다. 북구 송정동에 위치하며 울산시 지정문화재 제5호로 지정돼있다.

박상진 의사 생가를 거쳐 조금 안쪽으로 들어가면 박상진 호수공원이 있다. 옛날 송정저수지였던 이곳은 박상진 의사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공원화 사업을 거친 후 지역주민들의 사랑을 받는 명소로 거듭나고 있다. 도심 속에서 멀지 않지만 들어서자마자 탁 트인 자연경관, 오른쪽에는 산을 끼고 왼쪽에는 넓은 호수를 바라보며 걷기에 안성맞춤이다.

◇열정과 감성의 장소

토철 과정의 다음 단계는 풀무로 불길에 바람을 불어넣는 불매질이다. 뜨거운 불길처럼 북구에도 여러 핫플레이스가 있다. 대표적인 곳이 염포산과 무룡산에서 바라본 야경, 예술창작소 등이다.

무룡산은 해발 451m로 높지 않은 산이지만 울산 도심을 끼고 동해와 연결돼 있어 정상에서의 경치가 일품이다. 특히 울산의 야경을 감상하기에는 안성맞춤이다. 역사적으로도 ‘신중동국여지승람’에 기록될 만큼 뛰어난 경치를 자랑한다. 새해에는 해돋이를 보기 위한 장소로도 유명하다. 염포누리전망대도 태화강을 따라 펼쳐지는 울산의 풍경을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 추억속 시골장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호계시장.

무룡산은 도심에 위치해 야간산행이나 가족끼리 산책코스도 훌륭하다. 여러 갈래의 등산코스가 마련돼 있는데 화봉동 도솔암이나 화동못, 연암동 효문운동장에서 매봉재를 지나 정상으로 오르는 등산로가 일반적이라고 한다. 무룡산에서 감상하는 울산공단의 야경은 마치 보석을 뿌려놓은 것처럼 아름답고 한국의 산업수도로서의 울산의 긍지를 느낄 수 있는 장소다.

북구 염포동에 위치한 예술창작소는 동주민센터로 사용하던 건물을 리모델링해 예술인의 창작활동을 위한 레지던스 시설과 전시공간으로 거듭난 장소다. 청소년이나 직장인을 대상으로 예술창작 활동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 염포누리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아름다운 울산의 야경.

◇다시 잠드는 불꽃

흙이 쇠로 바뀌는 과정, 쇠부리의 절정을 두두리질이라고 한다. 마지막은 담금질로 끝난다. 뜨겁게 달궈진 쇠가 물속에서 식어 모양을 갖추는 것이다.

쇠부리 코스를 통해 조용하지만 아름다운 북구의 자연 속에서 사색과 힐링을 통해 다시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이번에는 북구의 대표적 힐링명소인 편백산림욕장으로 가보자.

북구 달천동 천마산에 있는 편백산림욕장은 지난 2010년 북구가 산림욕장을 겸한 주민 휴식처로 조성한 곳이다. 5㏊에 30년 이상된 편백나무 8500여그루가 식재된 이곳에는 휴식을 위한 원두막과 피크닉 테이블, 숲 해설판, 평상 등이 설치돼 있다. 주변에는 천마산 등산로를 기준으로 솔숲길과 성터 옛길, 만석골 저수지, 생태 수변 전망데크 등이 마련돼 있다. 경사가 가파르지 않아 걷기에 좋으며 편백나무에서 나오는 피톤치드의 영향으로 머리가 맑아지고 가슴이 상쾌해짐을 느낄 수 있다.

이 밖에도 호계시장, 명촌대교 억새군락지 등도 한 번쯤 방문해보면 좋을만한 장소다. 호계시장은 오랜 추억 속 시골장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지만 점점 현대적으로 발전하고 있어 불편함을 개선하고 있다. 시장 상인들의 후한 인심 속에서 허기진 배를 채우기에는 이만한 곳이 없다. 정세홍기자 aqwe0812@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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