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지각 관광객 날카로운 칼 등

이름·이니셜 새겨 대나무 훼손

일부 대나무 병들어 솎아내야

▲ 태화강지방정원 십리대숲의 대나무에 일부 몰지각한 관광객들이 이름과 이니셜 등을 새겨 대나무 훼손은 물론 생태공원의 이미지를 흐리게 하고 있다. 취재기자가 수년 동안 새겨 넣은 낙서로 붉게 변해 버린 대나무를 가리키고 있다. 임규동기자 photolim@ksilbo.co.kr
도심속 시민들의 휴식처이자 철새들의 여유로운 보금자리인 태화강 십리대숲이 ‘우후죽순’ 늘어나는 낙서로 고통을 받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사랑이고, 기념이었지만 깊게 새겨진 상처는 대나무 일부를 병들게 하고 있다.

13일 찾은 울산 중구 태화강 십리대숲. 아침인데도 대숲 산책로에는 여유롭게 산책하는 시민들이 가득했다. 타지에서 온 듯 일부 사람들은 휴대전화를 꺼내들고 기념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대한민국 생태관광지 26선’ 중 한 곳이자, ‘꼭 가봐야할 한국 관광지 100선’ 중 하나인 태화강 십리대숲은 최근에는 태화강지방정원의 인기와 함께 전국에서도 많은 방문객이 찾는 울산의 명소 중 하나로 인기몰이중이다.

하지만 그에 비례해 십리대숲 대나무 곳곳에 방문객들의 흔적이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다.

취재진의 확인 결과 ‘○○ ♡ ◇◇’ ‘□□아 사랑해~’ 등 연인들간의 사랑의 징표로 새긴 낙서가 가장 많고, 날짜 등과 함께 대숲 방문을 기념하는 가족 및 친구간의 낙서도 눈에 띄었다. 중국·베트남·미국 등 외국 방문객들의 것으로 보이는 낙서도 있었다. 방문객들이 잠시 쉬었다 갈 수 있도록 설치된 벤치 주변 대나무는 사실상 낙서장 마냥 수많은 낙서로 도배되다시피 했다.

문제는 낙서 대부분이 칼 같은 날카로운 것으로 대나무 겉을 긁어 새긴 형태라는데 있다. 매직 등 펜류로 쓰여진 낙서에 비해 그 흔적이 오래가는데, 무려 ‘2016년’ 날짜가 새겨진 낙서도 발견할 수 있었다.

울산시태화강정원사업단에 따르면 이같이 낙서에 훼손된 대나무는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조치가 가능한 대나무의 경우 낙서를 지웠지만, 일부 대나무는 솎아 베어내야한다고 설명했다.

시는 노인일자리사업 참여자들을 활용해 대숲 일대 낙서 자제 등을 위한 계도 및 순찰활동을 벌이고, 추후 관련 안내문 표착 등을 검토 중이다.

윤석 울산 생명의 숲 사무국장은 “사람으로 따지면 피부 상처에 붉게 딱지가 앉는 것처럼 대나무도 영향을 받을 것이다”며 “매년 대나무의 건강한 육성과 밀도 유지를 위해 간벌을 하는데, 이 대나무들을 활용해 방문객들이 직접 이름을 새기거나 아니면 새겨주고 이를 전시 또는 걸어두는 형태의 공간을 마련하는 쪽으로 생각을 달리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준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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