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기·중량·성능 관계 없이
비행금지구역 내 비행 금지
공항 9.3㎞·원전 18㎞ 반경
울산은 대부분 지역이 해당
금지구역 생소한 시민 많아
단속과 함께 홍보 병행해야

 

최근 새울·고리원전 상공에 드론 무단 비행이 잇따르면서 드론 불법 비행 단속이 강화되는 가운데 현행 비행금지구역 관련 제도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현행 항공안전법은 드론의 크기나 중량, 성능에 관계없이 비행금지구역 내에서 모든 드론 비행을 금지해 범법자를 양산할 수 있는 만큼 세분화된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울산 대부분 지역 비행금지구역

비행금지구역은 안전이나 국방, 그 밖의 이유 등으로 항공기와 비행체의 비행을 금지하는 공역을 뜻한다. 공항 주변은 관제권으로 설정돼 반경 9.3㎞, 1급 국가보안시설인 원자력발전소 주변은 반경 18㎞가 비행금지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울산은 울주군 서생면에 위치한 새울원전과 경북 경주시의 월성원전 가운데 위치해 상당 부분이 비행금지구역에 포함된다. 심지어 도심과 가까운 북구 화봉동에 관제권 대상인 울산공항이 위치해 비행금지구역은 더 넓어진다.

현행 항공안전법은 특별 승인을 받은 경우를 제외하면 비행금지구역 내 드론 비행을 전면 금지하고 있어 울산에서 드론을 날릴 수 있는 곳은 남구 일부와 울주군 중부권 및 서부권 등으로 극히 한정돼 있다. 중·남·동·북구 주택가나 태화강 둔치, 울주군 청량읍 하천변에서 드론을 날리면 법을 위반하는 셈이다. 한마디로 울산은 전국에서 가장 드론을 띄우기 힘든 지역이다.

◇홍보 미비로 비행금지구역 인식 부족

20일 울산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9일 부산시 기장군 칠암방파제에서 드론을 날리던 A씨가 순찰 중이던 기동대에 적발됐다. 지난 12~13일 새울·고리원자력발전소 상공을 침입한 드론 소유자는 아니었지만 원전에서 4㎞도 채 떨어지지 않은 지척에서 드론을 날려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됐다.

같은 날 울산 중구 복산동 주택가에 거주하는 B씨는 비행금지구역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초등학생 자녀와 함께 집 앞 소공원에서 드론을 날렸다. B씨가 날린 드론은 마트에서 구입한 5만원대 저가형으로 비행 시간이 5분여에 불과한 제품이지만 현행 항공안전법 상 B씨도 단속에 적발될 경우 항공안전법 위반으로 처벌 대상에 포함된다.

문제는 B씨처럼 비행금지구역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상황에서 드론을 구입하는 시민이 많아 법 제정 취지와는 무관한 범법자가 양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성능이 뛰어난 드론을 소유한 동호인들은 대부분 비행금지구역을 인식하지만 대형마트나 인터넷 매장을 통해 저가의 드론을 구입한 시민들은 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최근 원전 상공을 침범한 드론으로 인해 단속은 강화되고 있는 반면 비행금지구역에 대한 홍보는 부족해 적지 않은 시민이 범법자로 전락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단속 강화와 함께 비행금지구역 설정에 대한 홍보가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처벌 규정 세분화 등 필요

처벌 규정의 형평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비행금지구역 내에서 드론을 날릴 경우 크기와 중량에 관계없이 모두 처벌 대상에 포함된다. 중량 25㎏ 이하는 과태료 처분을, 25㎏을 초과하는 드론은 200만원 이하 벌금형의 형사처분을 받는다. 대부분의 드론이 25㎏ 이하라는 점을 감안하면 결국 고성능 드론을 원전 주변에서 날리는 경우나 저성능 드론을 도심에서 날리는 경우 모두 동일한 처벌을 받는 것이다.

이에 따라 드론의 성능이나 비행지역 거리별로 처벌을 세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비행 시간이나 거리가 현저히 짧은 제품은 처벌 대상에서 아예 제외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울산경찰청 관계자는 “비행금지구역 내 드론 비행을 제한할 필요성은 있지만 기종에 따라 금지구역을 단축하거나 처벌을 감경하는 등 양벌규정을 세분화할 필요도 있다”며 “홍보 강화는 물론, 드론 구입 실명제를 통해 구매자들이 일정 시간 안전교육을 이수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춘봉기자 bong@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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