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경보단계 ‘최고’ 수준 격상
확진 농장 등 4700마리 살처분
소독 강화·일시 이동중지명령
확진농장, 북한과 7~8㎞ 거리에
경기 연천군서도 의심신고 접수

▲ 17일 돼지 전염병인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경기도 파주시의 한 양돈농장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포클레인으로 살처분 매몰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폐사율 최대 100%에 이르는 치명적인 돼지 전염병인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경기도 파주 접경지역에서 발병, 유입 경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방역당국이 역학조사를 통해 전파 원인을 파악 중인 가운데 현재로서는 발병 농가의 위치 등을 고려해 북한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정부는 발병 농장 돼지를 전부 살처분하고 이틀간 전국에 가축 이동 중지 명령을 발령하는 등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6일 경기도 파주시의 한 양돈농장에서 폐사한 돼지가 아프리카돼지열병 양성으로 확진됐다”면서 “이에 아프리카돼지열병 위기 경보단계를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격상했다”고 발표했다.

이 양돈농장 관리인은 전날 오후 6시께 숨져 있는 어미 돼지 5마리를 발견해 농식품부에 신고했다. 폐사한 돼지는 모두 고열 증상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는 확진 판정을 받은 파주시 연다산동 돼지농장에서 사육 중인 돼지 2450마리 등 모두 4700마리에 대한 살처분에 들어갔다.

농식품부는 발병 신고를 접수하고서는 살처분과 함께 신고농장의 농장주, 가축, 차량, 외부인 등의 출입을 통제하고 거점소독시설과 통제초소도 운영하며 축산차량에 대한 소독조치를 강화했다.

이 농장의 돼지가 어떤 경로로 전염병에 걸렸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현재로서는 발병 농가의 위치 등을 고려해 북한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파주의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농가는 오두산통일전망대에서 자유로를 따라 5㎞가량 떨어진 한강, 공릉천 합류 지점 인근으로, 북한과는 불과 7~8㎞ 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오두산통일전망대는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곳으로 임진강을 건너면 바로 북한 지역이다.

북한은 올해 5월30일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처음 발병하는 등 ASF 바이러스가 퍼졌을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다.

 

북한과 오두산통일전망대 사이 임진강 폭이 500여m에 불과한 데다 썰물 때 강 한복판에 모래가 드러날 정도로 수위가 낮아 멧돼지는 물론 오소리나 너구리, 수달 등 육식동물이 쉽게 강을 건널 수 있다. 멧돼지뿐 아니라 육식동물 대부분이 수영에 능하다.

1996년 7월 대홍수 때 한강 하구 마지막 섬 유도에 북한에서 소 한 마리가 떠내려와 이듬해 1월 구출된 적도 있다.

이날 경기도 연천군의 돼지 사육 농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의심 신고가 접수됐다. 의심 신고된 연천군 백학면의 돼지농장은 2000여마리를 사육 중이며, 어미돼지 1마리가 폐사하자 이날 오후 2시께 경기도 축산 방역 당국에 신고했다. 이 농가는 이날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진 판정을 받은 파주 농가와 역학관계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생함에 따라 우선 이날 오전 6시30분부터 48시간 동안 전국 돼지농장, 도축장, 사료공장, 출입 차량 등을 대상으로 전국 일시이동중지명령을 발령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는 아프리카돼지열병 상황실·대책본부를 일제히 가동하고 24시간 비상 관리체제에 돌입했다.

‘돼지 흑사병’으로 불리기도 하는 이 질병은 사람에게는 전염되지 않는다.

그러나 돼지는 한번 감염되면 폐사하는 치명적인 병이다. 아직 백신이나 치료 약이 개발되지 않았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는 사람에게 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아니다”라며 “돼지고기를 먹을 때 감염 걱정을 할 필요는 없고 평소와 마찬가지로 섭취하면 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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