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도시를 잇는 가치

▲ 문화도시는 시민이 지향하는 삶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가 구현될 수 있는 도시다. 현세대는 개인의 행복과 개성을 중시하며 보다 독특하고 새로운 형태의 거점들에 주목한다. 자연과 옛골목에 대한 재조명과 최근의 ‘욜로 열풍’이 이를 반영한다.

과거와 철저히 단절한 ‘창조적 파괴’ 계속
기념비적 건물과 장소 만들기 풍조도 만연
도시를 가득 채운 ‘방’들을 주요 거점으로
황금만능주의의 삭막한 도시문화 만들어져

휴대전화 발달로 새롭고 독특한 거점 주목
익숙하지만 낯선 자연과 옛골목들 재조명
일상 속 작은 그룹과 공동체도 거점 역할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도시건축 고민을

우리나라 각 도시들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서 우리 도시, 우리 구, 우리 동네의 정체성 찾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를 논할 때마다 첫머리는 항상 ‘문화’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이는 ‘문화’가 요즘 시대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중요한 가치 임을 알려주는 것이다.

문화는 ‘정치, 경제, 사회의 영역과 함께 문학이나 예술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다양한 생활양식’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또한 그 사회 정체성의 기초가 되고 있으며 끊임없이 변화하면서도 고유한 지속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문화도시는 단순히 문학과 예술의 도시가 아니라, 다양한 삶들이 제각기 인정받고 발전하며 또 고양될 수 있는 도시라야 한다.

◇문화, 문화도시

앞서 언급한 논의의 장이 지속된다면 그 다음 질문은 ‘어떠한 것이 문화인가?’ ‘누가 보기에 문화적인 문화인가?’ ‘누구의 문화인가?’ 등 문화 주체에 대해 또다른 질문이 더 이어지게 된다. 문화도시는 시민들이 쾌적하게 생활을 누릴 수 있으며, 시민들의 일상이 쾌적하면 도시의 방문객들에게도 쾌적하고 아름다운 도시가 된다. 그러므로 문화도시는 시민이 지향하는 삶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가 구현될 수 있는 도시라고 할 수 있다.

◇공간도 문화다

근대 자본주의 사회의 도시들이 자본주의 시장경제 논리에 의해 확장되고 변화되어 왔으며, 이전 세대가 황금만능주의의 도시 풍경을 만들어왔다. 과거와 철저하게 단절하고 새로운 것의 창조라는 화두가 지배했던 시대였다.

과거와는 상관없이 그것을 지우고 새로운 것을 기록할 수 있는 백지로 보았고, 민주적인 것이든 혁명적이고 권위적인 것이든 종류를 불문하고 항상 ‘창조적 파괴’는 계속됐다. 그리고 오랫동안 도시에 과거를 기념하기 위한 장소 또는 기념물을 만드는데 골몰했다.

이러한 기념물은 변함없는 예전의 광채와 업적을 상기시키고, 모든 건물과 장소 또한 기념비적인 것으로 만드는 풍조를 만들었다.

그러면서 새로운 목소리가 새나오게 됐다. 이전 세대 구성원들의 가치와는 다른 욕구의 표출이며 새로운 가치관의 등장이다. 이러한 사회적 운동은 도시문화에 영향을 주고,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를 촉구한다. 이러한 자율적인 계몽은 몇몇 거점 지역을 만들어서 문화도시의 예를 만들고 더 많은 시민의 동참을 얻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20~30년 전, 당시 젊은 세대들은 ‘방’을 주목했다. 만화방, 당구장, 노래방, 게임장, PC방, 술집과 커피숍도 방의 형태를 띄었다. 심지어 주거공간조차 고시원이나 원룸 같은 방의 형태로 지어졌다. 방에서 방으로 전전하는 도시의 흐름이 이어졌고, 그러한 모습이 도시생활의 중요한 현상 중 하나가 됐다.

도시에 새로운 거점이 생기고 이러한 거점들을 연결하는 고리가 발생했다. 매우 많은 연결고리를 가진 거점은 개개인의 다양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문화가 생겨나게 만들고, 그에 파생하여 또 다른 형태의 모습으로 발전하게 됐다. 하지만 이러한 방에서 방으로 움직이는 삶은 사회에 만연해 있는 배금주의와 맞물려 새로운 도시의 문화를 삭막하게 만들고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드러냈다.

최근 방에서 방으로 주목 받던 기존의 거점들은 점점 힘을 잃어가고 있다. 휴대전화의 발전으로 더욱 더 새롭고 독특한 형태의 거점들이 주목받으며, 도시의 영역을 키우고 있다. 현 세대는 이전 세대와는 다르게 자본에 휘둘리지 않는 새로운 모습도 보인다. 흔히 있어왔으나, 예전에는 주목하지 않던, 자연과 옛 골목들이 재조명 받으면서 도시민들은 그 속에서 오래됐지만 전혀 다른 새로운 것을 찾아내 즐기고 있다. 현대인들은 일상 속에서 작은 그룹들을 만들어 서로 상호작용을 하여 상생하는 삶을 찾아가고, 혹은 공동체 생활을 거점으로 새로운 바람을 일으켜 도시 전체에 퍼트리고 있다.

 

▲ 채수석 석아건축사사무소 대표 건축사 울산광역시건축사회 회원

◇시대, 정신, 삶의 변화 수용하는 도시건축

일상적인 삶의 흔적이 누적되어 개개인의 역사, 공동체의 역사, 사회의 역사가 된다. 세상을 변혁시키는 것이 거대담론은 아니다. 과거와 나아갈 미래가 연속된 현재의 건축과 도시, 일상적이고 평범한 것을 회복하는 것이고, 일상의 하찮은 것에 형식을 부여하는 일로써 변혁되는 것이다.

우리는 도시 속에서 단지 아름다운 건물 디자인에 치중하는 것이 아니라 직면한 문제를 정확히 인지하여 인간과 자연의 균형을 찾고, 하나의 사물이 아니라 과정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이전 세대가 그래왔고, 현 세대가 찾아가고 있는 새로운 문화와 삶과 같이 도시가 움직이는 방식과 법칙을 고찰함으로써 새로운 자원을 만들어내고, 조정하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삶의 양식을 담는, 살기좋은 도시로 변혁되기를 기대한다. 채수석 석아건축사사무소 대표 건축사 울산광역시건축사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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