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74세 권분홍 할머니

10여년전 그림배우기 시작

북구예술창작소 도움으로

그림 전시회 열고 책 펴내

▲ 북구예술창작소에서 열린 ‘소소함이 있는 그림전’ 권분홍관 자신의 작품 앞에서 그림책을 소개하고 있는 권분홍 할머니.
울산 북구 염포동에 살고 있는 권분홍(74) 할머니가 최근 꽃 그림책을 펴냈다. 꽃 그림책에는 할머니가 그린 꽃 그림 100여점이 실려 있다.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장미와 목련, 무궁화 등도 있고, 책에서나 볼 법한 꽃들도 다수다. 할머니는 직접 꽃을 보고, 또 책이나 사진을 보고 보타니컬화를 그렸다.

보타니컬 아트는 식물이나 꽃, 과일, 채소 등을 주제로 다양한 기법으로 정교하게 표현하는 그림이다.

권 할머니는 10여년 전 북구노인복지관에서 그림을 배우면서 본격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할머니에게 그림을 배울 수 있는 기회는 더없이 기쁜 일이었다.

그림배우기에 푹 빠져 있었지만 복지관 강사의 사정에 의해 수업은 더이상 들을 수 없게 됐다. 아쉬운 마음이 있었지만 그림을 배울 수 있는 곳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어느 날 딸이 “엄마, 그림 좋아하시니까 한번 가 보세요”라며 농협에서 운영하는 문화센터 강좌를 추천했다. 그 곳에서 보타니컬화를 배웠다.

왕언니라 부르며 따르는 젊은 수강생들 덕분에 그림 그리기가 신이 났다. 그렇게 10여년을 그린 그림들이 이번 꽃 그림책에 담겼다.

“집에 그림 스케치북도 많은데 그냥 두면 언젠가는 버려질 것 같았어. 그래서 큰 맘 먹고 책을 만들기로 했는데 책이 나오고 나서도 부끄럽기만 해”

권 할머니가 그림책을 내기로 한 것은 북구예술창작소에서 입주작가들과 함께 진행한 지역연계프로젝트가 큰 몫을 했다. 입주작가들이 지역민들과 드로잉을 교환하고 그 결과물을 담은 그림책을 펴 냈는데 그림책을 본 할머니가 자신의 그림도 책으로 만들겠다고 결심한 거다.

할머니의 그림 10여점은 지난 10월28일부터 11월1일까지 북구예술창작소에서 열린 ‘소소함이 있는 그림전’에서 소개됐다. 권분홍 관이 따로 만들어졌다.

권 할머니는 “이렇게 전시도 하고 책도 내니 새로운 인생을 사는 기분”이라며 “주변 친지들이 ‘인생 보람있게 살았다’고 말해주니 좋다”고 했다. 또 “혼자 있을 때 그림을 그리면 적적할 틈이 없이 시간이 잘 간다. 앞으로도 계속 그림을 그릴 것”이라고 말했다.

정세홍기자 aqwe0812@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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