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구조 저항력이 반응 촉진, 그래핀 성질 보다 쉽게 조절 가능”

▲ 로드니 루오프 울산과학기술원 자연과학부 교수.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연구진이 차세대 재료인 그래핀(Graphene) 표면의 결정구조를 달리하면 반응이 촉진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다양한 성질의 그래핀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로드니 루오프(IBS 다차원탄소재료 연구단 단장) 자연과학부 교수팀은 그래핀의 기능화 반응을 촉진할 새로운 요인을 발견했다고 7일 밝혔다. 전기화학센서, 광학 소자 등에 쓰이는 ‘기능화된 그래핀’을 쉽게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래핀은 주로 화학기상증착법(CVD)으로 합성된다. 높은 온도에서 기체 상태의 원료가 금속 기판을 만나 분해되고, 분해된 탄소들이 다시 결합하면서 그래핀이 만들어지는 원리다. 이때 원료가 되는 물질의 화학적 조성이나 금속 기판의 종류와 결정성 등이 그래핀이 지니는 성질에 영향을 준다.

연구진은 ‘구리 기판 표면의 결정구조’에 주목했다. 구리 금속은 원자들이 규칙적 배열을 이루며 쌓이는데, 이를 결정구조라 한다. 그런데 결정구조가 같은 구리라도 자르는 단면의 방향에 따라 표면의 결정구조가 달라질 수 있다. 수박을 가로로 잘랐을 때와 세로로 잘랐을 때 표면이 다른 것과 비슷하다.

연구진은 결정구조가 다른 세 종류의 구리 기판 위에서 환원기능기가 달린 그래핀을 합성했다. 그 결과 특정 결정구조 단면에서 일어나는 반응이 가장 균일하고 빨랐는데, 이는 다른 결정구조 표면보다 스트레스(물질에 외력이 가해졌을 때 그 물질 속에서 발생하는 저항력)를 많이 받기 때문으로 나타났다.

▲ 기능화 반응과 열처리가 그래핀의 압축변형(strain)에 미치는 영향.

스트레스가 많으면 그래핀 내부에 압축변형(strain)이 더 잘 일어나고, 그 영향으로 기능기를 더하는 반응도 촉진되는 것이다.

연구진은 내부 스트레스에 따른 압축변형 정도를 보여주는 압축변형률이 기능화 반응에 미치는 영향도 계산했는데, 압축변형률이 높을수록 반응에 필요한 추가 에너지가 적었다. 즉 변형률이 높을수록 반응이 더 쉽게 일어난 것이다. 구리 기판 위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성장한 그래핀은 기능화 반응에서는 스트레스 덕을 보는 셈이다.

루오프 교수는 “단결정 그래핀에서 압축변형이 그래핀 표면의 반응성에 영향을 준다는 점을 규명한 연구”라면서 “CVD로 성장한 그래핀은 태생적으로 스트레스로 인한 압축변형을 내포하므로, 이번에 발견한 원리를 이용하면 기존보다 쉽게 그래핀 성질을 조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기초과학연구원(IBS)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으며 크리스토퍼 비엘라프스키 UNIST 자연과학부 교수와 곽상규 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도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재료화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Chemistry of Materials’ 온라인에 지난달 17일자로 공개됐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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