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가 2020년 예산을 3조8605억원을 편성했다. 전년 3조6003억원 대비 불과 7.2% 늘려 잡았다. 지방세입이 줄어 긴축재정에 들어간 것이다. 예산담당관실에서 유래없이 많은 5681억원이나 삭감할 정도다. 3년연속 지방채도 발행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지역산업 활력제고를 위한 예산이 빠듯하고 시민들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한 신규사업을 찾아보기 어렵다. 빠듯한 재정을 나누기 하는데 급급하다보니 신선한 기대감을 갖게 하는 새로운 의제가 없다는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예산의 질이 나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송철호 울산시장은 “어려운 경기 속에 울산의 미래 신성장사업 육성과 포용적 사회안전망 등에 중점을 두고 예산을 편성했다”고 밝혔다. 수소, 3D프린팅, 신재생에너지 등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7개 성장다리(7-bridge)에 큰 비중을 둔 예산편성이라는 것은 한눈에 드러난다. 미래먹거리를 위한 투자를 아낄 수는 없지만 당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중소기업의 활성화와 서민경제 활력을 위한 예산이 상대적으로 너무 빈약한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울산 경제의 미래를 위해서는 대기업 의존도를 줄이고 강소중소기업을 육성해야 한다.

3조1319억원의 일반회계만 보면 복지보건예산이 33.8%로 가장 높다. 다음이 20.9%의 일자리사업이다. 도시교통이 11.1%, 환경안전이 9.7%를 차지한다. 울산시의 가장 취약한 부분인 문화관광·교육은 내년에도 7.7%·7.4%에 그치고 있다. 문화관광예산에서는 이미 착공한 전시컨벤션센터와 시립미술관 건립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교육예산도 무상급식과 무상교복비 등 복지예산에 가까운 예산의 비중이 높다.

그렇다고 무조건 올해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선 복지예산 탓만 할 수는 없다. 복지예산이 1조95억원에 이르렀으나 전체 예산의 32.2%에 그친다. 전년 32.5%에 비하면 비율에서는 오히려 줄었다. 복지예산의 대부분이 국가예산과 맞물린 ‘매칭’이라 울산시의 자율성이 없긴 하지만 예산 부족난을 복지예산 탓으로만 돌릴 일은 아닌 것이다. 인구 구조의 변화와 시대적 흐름에 의해 복지예산이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예산편성은 끝났다. 시민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은 이제 재정운영에 달렸다. 송 시장은 “정부 예산편성 기조에 맞춰 경제활력 제고를 위한 확장적·적극적 재정 운영에 필요한 예산”이라고 밝혔다. 재정운영의 묘를 발휘해서 시민들이 함께 마음을 모아 도시활력을 회복할 수 있는 공중의제(public agenda)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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