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환자 현명하게 돌보기

▲ 김성률 울산광역치매센터장(동강병원 신경과 전문의)

기억·주의·언어력·시공간 능력 등
인지기능 저하로 일상생활에 지장
주변 사람을 괴롭히는 ‘미운 치매’
남에게 피해주지 않는 ‘착한 치매’
주변사람이 호감을 가지고 대하면
환자도 부드러워지고 증상도 완화
반대의 경우 공격적 성향으로 변화
착한치매를 위한 노력과 배려 필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노인 인구가 가파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인 치매 환자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65세 이상 노령 인구 중 국내 치매환자는 2015년 64만여명이었는데 2041년에는 2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치매란 인간이 가진 여러가지 인지기능인 기억력, 주의력, 언어능력, 시공간능력, 판단력 등의 장애로 일상생활을 하는데 어려움을 초래하는 상태를 말한다.
단순히 기억력만 떨어진 경우는 치매라고 하지 않는다.

기억력 저하뿐 아니라 인지기능 저하가 환자의 삶을 변화시키고 일상에 지장을 주는 상태가 확인돼야만 치매로 진단한다.
가족의 정성어린 돌봄이 따라준다면 환자의 불안한 마음과 증상을 어느정도 늦출 수도 있다.

김성률 울산광역치매센터장(동강병원 신경과 전문의)과 함께 현명하게 치매환자를 돌보는 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치매 환자 90%, 정신행동증상 보여

치매 환자들에게 인지장애 외 다양한 행동장애 및 심리증상이 발생한다. 이러한 정신행동증상(BPSD, behavioral and psychological symptoms of dementia)은 임상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김성률 센터장은 “BPSD는 치매 환자를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 조기에 입원시키는 가장 큰 원인이며, 환자와 가족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며, 간호비용을 증가시키는 중요한 요인이다. 하지만 이러한 증상들은 인지장애 증상에 비해 약물치료나 비약물적 개입을 통해 완화를 기대할 수 있기에 더욱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BPSD의 발생 빈도는 보고자에 따라 다르지만 많게는 치매 환자의 90%에서 증상을 나타낸다고 알려져 있다. 초기에는 우울감, 불안감, 무감동의 형태로 나타나고, 중고도 이상의 치매 환자에게는 의심, 망상, 환각, 착각, 초조, 배회, 공격성, 수면장애, 반복행동, 먹어서는 안되는 것을 잘못 인식해서 먹으려고 하는 이식증을 포함한 부적절한 식사 행동, 돌봄에 대한 거부, 부적절한 대소변 및 위생관리, 소리지름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김 센터장은 “BPSD의 발생원인은 다양하다. 신경전달 물질의 결핍, 인지기능의 저하로 인해 나타나는 2차적인 증상, 환자의 건강상태나 투약 중인 약물의 부작용, 주변 환경의 문제, 생리적 혹은 심리적인 문제, 돌보는 사람의 태도 등으로 인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칭찬과 격려로 뇌 변연계 활성화

배회, 공격적인 태도, 대소변을 못 가리거나 욕을 하고 호통을 치며 주변 사람들을 괴롭히는 것을 ‘미운 치매’, 인지기능은 떨어지더라도 감정 조절이 잘 되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경우를 ‘예쁜 치매’라고 한다. 의학적인 분류는 아니지만 치매환자 가족들이 느끼는 심정을 잘 나타내는 표현이다.

김 센터장은 “‘착한 치매’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돌보는 사람의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 인지기능이 떨어진 치매 환자라도 감정적인 경험은 잘 기억한다. 주변 사람들이 호감을 가지고 대하면 치매 환자들도 부드러워지고 반대의 경우 주변 사람들을 경계하고 공격적인 모습을 보인다. 돌보는 사람의 무시, 학대, 공포 등으로 환자가 불안, 두려움, 분노와 같은 부정적 감정을 느끼면 자기보호를 위해 공격성도 강해지고 치매자체도 악화될 수 있다. 따라서 칭찬과 격려 등 긍정적인 감정을 많이 느끼게 하여 감정을 관리하는 뇌의 변연계(limbic system)를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즉 환자를 인격적으로 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 센터장은 “돌보는 사람의 눈높이의 기준을 이전의 건강하고 정상적인 가정, 사회생활을 하던 때로 두는 것이 아니라, 치매 환자이기에 인지기능이 떨어진 상태라는 것을 인정하고 실수하거나 잘못한 부분을 받아들이고 격려해야 한다. ‘왜 이것을 제대로 못하지, 왜 실수를 하지’라고 말하고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아직 이것도 할 수 있네’라는 생각의 전환은 환자를 향한 격려와 칭찬의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환자 입장에서 이해하려는 노력 필요

또 환자가 호소하는 것에 귀를 기울이는 것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환자가 목욕을 안해서 몸에서 냄새가 날 경우, 환자에게 무조건 윽박지르기 이전에 환자가 어깨 통증 때문에 옷을 벗기가 힘들어 목욕을 피하려는 것은 아닌지 살피는 것이다.

김 센터장은 “치매는 정상적인 가정, 사회 생활을 하던 환자가 점차 나이를 거꾸로 먹어 어린 아이가 되어가는 병이다. 논리적으로 설득하기 보다는 환자의 눈높이에 맞춰서 부드럽고 자상하게 설명하고, 칭찬과 격려를 하고, 환자의 입장에서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 집에만 있기보다 다른 사람들과 만나고 즐겁게 이야기하고 소통하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착한 치매를 만들기 위한 노력과 배려를 통해 환자와 가족이 치매를 현명하게 이겨내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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