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리 보더 사진전 ‘EAT·PLAY·LOVE’

▲ 울산현대예술관에서 열리는 테리 보더의 전시회 ‘EAT·PLAY·LOVE(먹고·즐기고·사랑하라)’에서는 그가 만든 작품 60점을 사진으로 만나봤다.
위험하거나 무서운 소재들

먹거리 활용 재미있게 풀고

사회비판적 목소리도 담아

내달 23일까지 현대예술관

엄마에게 전해줄 카드를 정성스럽게 작성해 손에 들고 간 계란. 그런데 눈 앞에 놓여진 상황에 절망한다. 구운 통닭이 된 엄마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한걸음도 움직이지 못하는 계란의 뒷모습이 애처롭다. 이 사진의 제목은 ‘너무 늦은 만남’이다.

사진은 SNS에서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었다. ‘평소에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던 어머니가 생각나 마음이 아렸다’거나 ‘계란과 통닭을 엄마와 아기로 표현한 모습이 너무 귀엽다’는 반응이다. 이렇게 블로그를 통해 스타가 된 테리 보더는 사진가이자 메이커 아티스트다. 메이커는 디지털 기기나 다양한 도구를 사용한 창의적 만들기 활동을 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용어로, 크리스 앤더슨이 쓴 <메이커스>를 통해 세계적으로 통용되고 있다. 울산현대예술관에서 열리는 테리 보더의 전시회 ‘EAT·PLAY·LOVE(먹고·즐기고·사랑하라)’에서 그가 만든 작품 60점을 사진으로 만나봤다.

그의 작품은 사물에 인격을 부여해 창조된 캐릭터를 기반으로 이뤄진다. 어린 아이들처럼 눈앞에 보이는 사물이 살아 있다고 상상하면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방식이다.

작품에서 특히 많이 등장하는 소재는 먹거리다. 크림을 배에 바른 채 떨어진 샌드쿠키가 서로를 바라보며 하나가 되려고 갈망하는가 하면, 감자칩과 치즈콘을 활용해 10대 딸을 둔 아버지의 마음을 표현하기도 한다. 또 껍질을 벗어놓은 채 침대에 누운 두 개의 바나나처럼 야한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장면도 있다.

한국 전시를 위해 제작한 ‘매끄러운 피부 관리’ 앞에서는 웃음이 절로 나온다. 대추가 쭈글쭈글한 주름을 없애려고 마스크팩을 붙인 작품이다. 곶감을 활용해 만든 ‘사랑의 노래’는 마치 한편의 한국화를 보는듯 하다.

그런데 그의 작품중 유독 죽음과 관련된 작품이 많다. 한때 우울증을 앓았던 테리 보더는 병 치유과정을 회상하면서 작업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위험하거나 무서운 소재를 익살스럽게 표현했고, 에로틱한 장면도 귀엽고 재치있게 풀어내고 있다. 유색인종 차별과 같은 사회비판적 목소리도 잊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 전시의 별미는 센스있는 제목들이다. ‘해바라기 화가’ ‘씨리얼 킬러’ ‘백마디 말보다 한번의 포옹’ 등 제목만 들어도 작품을 금방 이해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2월23일까지 현대예술관에서 만날 수 있다. 석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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