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레 130㎝ 지렁쿠나무·300년 감나무 등 벌채 대상

둘레 325㎝ 곰솔 당산나무 벌채 면했지만 이식 예정

선사시대 알바위 유적 등 일대 공원화 필요성 제기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진행하는 다운2지구 개발 사업으로 희귀 나무들이 잇따라 잘려나갈 위기에 처했다. 고목과 선사시대 유적이 밀집한 곳을 공원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4일 울주군 등에 따르면 LH는 중구 다운동과 울주군 범서읍 서사·척과리 일원을 대상으로 다운2지구 공공주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공동주택 1만2932가구 등 총 1만3209가구 규모의 공공주택을 건립하는 사업이다.

LH는 토목공사를 앞두고 부지 내 보존 가치가 높은 일부 나무는 이식을 결정했지만 상당수 나무는 벌채 대상에 포함시켰다. 문제는 벌채 대상 중 희귀 나무와 고목이 다수 분포해 있다는 점이다.

서사리에 위치한 지렁쿠나무(사진)는 지면부 둘레가 130㎝로 국내 동종 나무 중 가장 큰 나무로 추정된다. 한의학에서 뼈를 강하게 하는 약용식물로 이용하고 있지만 대부분 가치를 잘 몰라 일찌감치 베어낸 탓에 크게 성장하는 경우가 드물다.

지렁쿠나무 인근에는 높이 16m에 달하는 울산에서 가장 큰 감나무도 자리하고 있다. 수령이 300년으로 추정되지만 보존 가치가 낮다는 판단에 역시 벌채 대상이다.

마을의 당숲에는 둘레 325㎝에 달하는 곰솔 당산나무가 벌채는 면했지만 이식 대상에 포함돼 자리를 옮기게 됐다.

잇단 벌채에 대해 일각에서는 희귀 나무 주변에 위치한 선사시대 알바위 유적과 함께 일대를 공원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생물종 다양성을 보존하기 위해 전국 최초로 생물자원센터 건립을 추진 중이고, 시립 수목원 개원을 앞둔 울산시가 LH와 협의해 보존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정우규 한국습지환경보전연합 대표는 “관련 전문가의 자문을 받지 않아 명분이나 이용 측면에서 보호 가치가 높은 나무들이 잘려나갈 위기에 처했다”며 “공공주택 건립이라는 명분으로 생태 문화를 파괴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춘봉기자 bong@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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