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 보호 차원 조명시설 없어

“해만 지면 암흑” 민원 잇따라

남구, 잔디등 상향 교체 추진

▲ 울산시 남구 삼호동 태화강철새공원 일대가 저녁만 되면 암흑으로 변해 인근 주민들의 불만이 높다. 강 건너 맞은편 태화십리대밭먹거리단지와 확연히 비교된다.
“철새 보호도 좋지만 너무 컴컴해서 위험하고 불편합니다.”

울산 남구 삼호동 태화강철새공원 일대가 저녁만 되면 암흑으로 변해 인근 주민들의 불만이 높다. 이 지역이 대표적 철새도래지여서 철새 보호를 위해 잔디등 등의 조명시설의 조도가 약한데다 이 또한 많이 설치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11일 오후 7시께 찾은 삼호동 철새홍보관 인근 철새공원은 강 건너 태화십리대밭 먹거리단지와 비교해 확연히 어두웠다. 산책길과 공원 안으로 들어갈수록 더 어두워졌고, 일부 구간은 칠흑처럼 깜깜했다. 가뜩이나 발길이 뜸한 이곳은 신종 코로나 사태 여파 탓인지 산책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더 찾기 힘들었다.

삼호동 주민 김태웅(39)씨는 “산책길과 공원이 조성됐지만 해가 지면 너무 어두워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며 “특히 여성이나 어린이의 경우 무섭고 불안해 해 시민 안전을 위해서라도 보안등이나 잔디등을 추가 설치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지역 안대룡 남구의원은 “많은 예산을 들여 조성해 놓은 산책길과 공원을 시민들이 이용을 꺼려한다는 것은 결국 예산 낭비가 아니냐”며 “또 명색이 국가정원인데 외부 관광객이 왔을때 어둡고 안전에 둔감하다는 이미지가 각인될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 지역 주민들은 몇 년 전부터 이 같은 민원을 제기해오고 있으나, 공원 관할기관인 울산시가 난색을 표하면서 해결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현재 철새공원의 조명시설 교체나 관리는 남구가 하고 있으나, 추가 설치 등을 하기 위해서는 시와 협의를 거쳐 위원회 심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남구는 지난해 8월에도 시에 공문을 보내 보안등과 잔디등 추가 설치 협조를 요청했으나 시에서는 “이 지역은 울산 최대 철새도래지여서 지나치게 밝은 조명에 따른 생태계 교란 등의 피해가 우려된다”며 부정적 회신을 한 바 있다.

남구 관계자는 “이미 잔디등의 조도를 2차례나 높였으나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며 “이에 시범적으로 기존 1m 높이의 잔디등을 3~5m 짜리로 교체해 효과가 있을 경우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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