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NIST 자연과학부 바르토즈 그쥐보프스키 특훈교수.

UNIST(울산과학기술원) 연구진이 물질의 결정화를 촉진하는 새로운 요인을 발견했다. 큰 결정을 기존보다 10배 이상 빨리 성장시키는 방법인데, 기계적 충격은 결정이 크게 성장하는데 방해가 된다는 상식을 정면으로 뒤집어 학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UNIST는 자연과학부 바르토즈 그쥐보프스키 특훈교수팀(IBS 첨단연성물질 연구단 그룹리더)이 ‘이온성 고분자가 포함된 용액’에서 흔들림이 성장하는 결정에 충격을 주어 결정화를 촉진함을 발견하고 그 원인을 규명했다고 25일 밝혔다. 

결정은 소금이나 눈과 같이 규칙적인 형태를 지닌 고체다. 결정화는 주로 액상에서 결정입자를 만드는 것이다. DNA 이중나선 구조도 단백질의 결정화를 통해 밝혀졌다. 신약이나 신물질 개발 과정에서도 물질의 정확한 성질을 파악하기 위해서 해당 물질을 결정화 시키는 작업을 하기 때문에 따라서 빠른 속도로 큰 결정을 만드는 것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결정화는 결정 씨앗(핵)이 만들어지고 그 씨앗이 점점 성장하면서 진행된다. 큰 결정을 빠르게 얻기 위해서는 성장 중에 큰 결정이 더 크게 뭉쳐지는 ‘오스트발트 숙성’이 잘 일어나야 한다. 이 경우 외부에서 가해지는 충격은 작은 결정을 여러 개 만들기 때문에 큰 결정의 성장을 방해한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연구진은 이온성 고분자가 녹아 있는 용액에서는 이런 통념과 반대되는 현상을 발견했다. 용액 속에서 소용돌이 같은 흐름이 생겨 충격을 주자 오히려 결정화가 빨라진 것이다. 연구팀은 이 현상이 ‘이온성 고분자가 결정으로 만들 물질 대신 용매를 흡착하기 때문’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연구팀은 이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20개의 결정화 대상물질을 이온성고분자의 길이와 흔들림의 크기 등을 변화 시키면서 실험했다. 이중 원통 구조를 갖는 실린더에 결정화 대상 물질과 이온성고분자를 넣고, 안쪽 원통을 회전시키면서 실험을 진행한 결과 원통의 회전 속도가 빠를수록(흔들림이 클수록), 고분자의 길이가 길수록 결정이 만들어지는 속도가 빨라졌다. 이 방법은 기존보다 최소 10배 이상 빨리 결정이 자랐다.

그쥐보프스키 교수는 “새로운 결정화 방법은 추가 연구를 거쳐 향후 신약개발이나 화학 공정에 적용되면 기존 연구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 분야 권위지 네이처에 3월4일자 온라인 논문으로 게재됐다. 김봉출기자 kbc78@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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