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곡점마다 새로 읽히는 ‘강아지똥’
톨스토이 소설 각색한 ‘세가지 질문’
아름다운 표지 눈길 ‘마레에게…’ 등

▲ 강아지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전 세계인 모두가 생애 처음 겪는 일이다. 각종 매체를 통해 전해지는 지구촌 소식은 보는 이들에게 우울감은 물론 공포와 분노, 좌절감까지 갖게 한다. 모두가 힘든 시대, 마음 속 희망등에 ‘반짝’ 불을 켜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여러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집안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진 요즘, 아이들 책장에 꽂힌 그림책을 활용하는 ‘그림책 테라피’를 추천한다. 어린 시절 큰 위로가 되어 준 ‘그림책’에서 타인을 위한 배려와 마음 속 고요를 찾는 비법을 찾아보자.

그림책은 세번 읽는 책이다. 아이일 때, 아이를 키울때, 그리고 인생후반기에 곁에두고 찬찬히 다시 읽을 때이다. 인생의 주기마다 그림책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강아지똥>은 더없이 좋은책이다. 권정생(글)·정승각(그림) 작가는 길가에 버려진 강아지똥 한 덩이에서 ‘가장 밑바닥에서 받게되는 따듯한 위로’의 의미와 ‘삶이 끝나기전 함부로 삶을 평가할 수 없다’의 진리를 풀어낸다.

▲ 작은 당나귀

<세가지 질문>은 톨스토이의 유명단편소설을 존 무스가 그림책으로 각색한 책이다. 주인공 니콜라이는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때, 중요한 사람,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대문호는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깨달음엔 시간이 필요’하고 ‘쉽게 잊는 소중함을 돌아볼 것’이며 ‘지금 이 순간을 사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려준다.

한 사람이 글을 쓰고 그림까지 그린 책도 있다. 김예인 작가는 기형도의 시 ‘숲으로 된 성벽’을 모티브로 그림책 <작은 당나귀>를 냈다. 시 속에서 농부들과 함께 성벽으로 들어가는 ‘작은 당나귀’는 김 작가의 상상을 통해 ‘당나귀 머리를 한 소녀’로 다시 태어난다. 자신을 쉬게하고, 위로받을 수 있는 공간을 가진 사람은 일상에서 행복을 경험할 가능성이 더 크다. 다만 작가는 충만한 삶을 위한 그 공간은 스스로 찾거나 만들어야 한다는 걸 알려준다.

▲ 마레에게 일어난 일

<마레에게 일어난 일>은 티너 모르티어르와 카쳐 퍼메이르가 만든 책이다. 책 표지가 우선 시선을 끈다. 예술작품이라해도 손색없을 만큼 아름다운 꽃나무가 그려져 있다. 페이지를 넘겼다가도 다시 앞장으로 넘어와 감탄하며 다시 읽게 만드는 마력의 책이다. 만개한 벚꽃을 보고도 쉽게 다가서지 못하는, 현실에서의 아쉬움을 그림책이 달래준다.

단순함이 주는 아름다움은 어떤 느낌일까. 이 질문에 해답은 <나는 기다립니다>에서 찾을 수 있다. 예리한 필치로 유머감각 돋보이는 작품을 쓰는 다비드 칼리와 세르주 블로크가 함께 만들었다. 빨간 실과 단순한 선, 여백으로 인생의 대서사인 기다림을 이야기한다. 가로가 길고, 세로는 아주 짧은 이색 판형이 한번더눈길을 끈다.

마지막 <행복한 청소부>는 잔잔하게 흐르는 이야기 속에 많은 생각을 담은 책이다. 모니카 페트의 대표작으로 안토니 보라틴스가 그림을 그렸다. 행복에는 충만하고 만족스러운 상태 뿐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즐거움도 포함된다.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바로 시작하라고, 그 과정 자체가 결실이라며 용기를 준다.

홍영진기자·자료참조 <어른을 위한 그림책테라피>(김소영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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