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관 등 여가공간 잃은데다

고령사망자 늘자 피로도 쌓여

분노 섞인 불만들 터져나와

세대갈등으로 확산 우려도

지역사회의 관심·배려 필요

▲ ‘사회적 거리두기’를 무시하고, 외출과 집단 유흥을 즐기는 일부 젊은이들의 잘못된 행동에 노인들이 분노를 표출하기 시작했다. 31일 울산 남구달동문화공원에서 산책을 즐기는 젊은이들을 지켜보고 있는 한 노인의 뒷 모습.
울산지역 11개 노인복지관이 2달째 문을 걸어 잠그면서 노인들이 갈 곳을 잃었다. 가까운 소공원에서 잠시 시간을 보내다 집으로 돌아간다. 31일 낮 울산 남구 달동문화공원을 찾아가 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불안감과 불만이 누적되면서 자칫 세대갈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어 지역사회의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정배(77) 할아버지는 “경로당이 문 닫은지 벌써 두 달이다. 한 달은 집에서 TV만 봤다. 창살 없는 감옥이나 마찬가지다. 요즘엔 마스크를 끼고 하루에 한두시간씩 걷는다. 그것마저 조심스럽다. 근데 식당에 모여서 늦은 밤까지 술마시는 청년들 보면 ‘그런건 좀 아니지’ 싶다”며 섭섭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김미자(70) 할머니는 “10년 전 암 수술을 받아 웬만해선 집밖으로 안 나온다. 설 이후로 가족모임은 한번도 못했다. 보고 싶은 가족도 못 만나는, 이게 바로 전쟁이지, 전쟁이 뭐 따로 있냐”고 했다.

김해숙(71) 할머니는 “아들이 서울 산다. 며느리가 이번에 딸을 낳아서 산후조리원에 들어갔다. 한번 가 보고 싶어도 아이들이 오지말라고 한다. 코로나 때문이려니 이해는 하지만, 마음이 정말 우울하다”고 말했다.

몇몇 노인들은 정부당국의 ‘사회적 거리두기’ 권유를 무시하는 젊은층의 일탈 소식을 언급하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한 노인은 “나이 든 나도 봄바람 불면 나가고 싶다. 젊은 애들이야 오죽할까. 그래도 코로나 때문에 온 나라가 난리인데, 그저 감기처럼 여기는 것 같아서 언짢다”고 했다.

이같은 노인들의 발언은 신체적 한계와 혹시 모를 감염위험 때문에 활동반경이 줄고 피로도가 쌓이면서 수위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세대갈등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이같은 배경에는 국내 코로나 사망자의 절반 이상이 80세 이상 고령이라는 점에서 출발한다. 노년층의 치명률은 18.55%. 전체 평균 치명률 1.66%보다 무려 11배 이상 높다.

31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기준 코로나 사망자는 총 162명이며, 이 가운데 82명은 80세 이상이다. 전체의 50.62%다. 이 때문에 두달 넘게 여가공간을 잃은 노령층 사이에선 분노 섞인 불만이 터져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융기 울산시 코로나대책본부 단장(울산대병원장)은 “고강도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내 코로나 상황은 방역당국의 관리 범위 내에 들어온 것으로 추정되지만 불안요소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정 단장은 “‘사회적 거리두기’는 모든 사람이 정해진 지침을 정확히 지킬 때 그 효과가 극대화된다. 일부 시민만 동참한다면 찢어진 그물로 고기를 잡는 것과 같다. 젊은층, 노년층 할 것 없이 전 세대 동참이 필요한 시기”라고 당부했다. 석현주기자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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