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김명규 전 울산시 정무부시장

▲ 김명규 전 울산시 정무부시장이 태화강 십리대숲 사진을 보면서 태화강 가꾸기 사업배경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위기의 울산, 극복 방안은
울산의 다양한 문화유산·자연경관
연계한 체류형 관광지구 조성하고
시, 컨트롤타워 구성 중간평가 필요

다양한 봉사단체 수장으로 활동
60년 공직서 퇴직후 봉사 천직 삼아
남을 돕는 것이 곧 스스로를 돕는 것
모두 희생·봉사로 더불어 살아가길

코로나 시대, 희망의 메시지
50년새 국민소득 80→3만달러로 성장
과거경험 바탕 충분히 극복할 수 있어

울산 중구 병영 출신인 김명규(85) 전 울산시 정무부시장은 1961년 정부 내각사무처 공채에 합격해 경남 산청군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한 뒤 양산군수, 울산군수, 거제시장 등을 거쳐 울산 정무부시장을 역임한 울산 행정계의 산증인이다. 김 전 부시장은 지난 21일 진행된 인터뷰에서 지역 행정의 현안과 문제점을 거론하고 해법을 제시하면서 “쓴소리가 많지만 비난이 아닌 조언으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다음은 김 전 부시장과의 일문일답.

-인구 8만 시대 변방이었던 울산이 광역시로 승격되고, 인구 120만 시대를 연 것을 지켜봤다. 울산이 성장했던 과거와 위기를 겪고 있는 현재를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불과 반세기 동안 전쟁의 상흔을 딛고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룩하며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건설했다. 그 원동력은 바로 울산으로, 대한민국의 중심에 울산이 있었다. 울산은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산업화의 심장으로 부자도시 울산, 활기 넘치는 울산, 세계에 우뚝한 울산으로 변모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들 울산 경제가 최악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는 울산의 도약을 견인하고 지탱했던 주력산업들이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시정에 몸담고 있다면 산업수도 울산과 함께 관광수도 울산을 만들어 재도약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 30여년 전 울산군수로 재임하던 시절 작천정과 자수정동굴, 등억온천, 영남알프스를 함께 묶어 관광벨트를 만들기 위해 기초작업을 진행하던 중 경남도 내무국장으로 발령 나는 바람에 꿈을 이루지 못했다. 지금까지 등억지구 산자락은 다소 개발은 됐지만 그대로 남아 있고, 자수정 동굴은 개발이 어렵고, 작천정과 등억지구 역시 공원지구로 묶여 행위에 제한을 받고 있다. 규제를 과감히 해제해 체류형 관광지구를 조성, 울산의 다양한 문화유산과 자연경관과 연계해 다시 찾고 싶은 울산을 만들어야 한다.”

-행정통으로서 현재의 울산 행정을 진단한다면.

“송철호 시장이 부임한 뒤 2년이라는 짧은 기간에도 물 문제, 반구대암각화 유네스코 유산 등재, 공공병원 유치 등 다양한 당면 사업들을 해결하려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선택과 집중이라는 점에서 현재 울산시정은 방향성이 다소 모호하고 주요 사업과 공약들의 추진도 지지부진해 보인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컨트롤타워를 구성하고 중간평가도 실시할 필요가 있다. 일반행정에서는 관계 기관의 지침이나 유권해석 또는 선례를 중시하는 업무 형태가 지속되고 있고, 소통 없는 밀실행정과 충분한 검토 없는 졸속행정도 보인다. 대시민 소통 강화를 통해 시민들이 불편을 느끼는 과제를 발굴하고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이용자 중심의 선제적, 맞춤형 서비스를 확대해야 한다. 보조금 집행의 적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각종 사회단체의 정리도 필요하다. 역대 단체장들이 연도별 지원한 현황을 정확히 파악해 예산의 적정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시민의 혈세를 단체장 입맛대로 사용하는 관행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중요한 사안이다.”

▲ 김명규 전 울산시 정무부시장은 지역 행정의 현안과 문제점을 거론하며 “쓴소리가 많지만 비난이 아닌 조언으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전국 최고령 정무부시장, 울산 최고령 적십자사 회장 등 최고령 기록을 많이 갖고 있다.

“나이가 많은 것은 자랑으로 여길 만하다. 약 60년 동안 공직에서 활동했고, 퇴직 후 공직에서 맺은 인연으로 각종 단체 활동도 벌였다. 오랜 경륜을 바탕으로 쌓은 신념에 따라 봉사를 천직으로 알고 남을 돕는 것이 곧 스스로 나를 돕는 것이라는 신념을 쌓았다. 나무는 나이테가 많을수록 거목이 되듯이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경험과 경륜이 쌓인다. 고령화 시대에 노인들의 사회적 역할이 분명히 있다. 퇴직 공무원들은 수십 년간 사회 전반에 걸쳐 일해온 무형의 재산이다. 퇴직 행정동우회는 회원들의 연륜과 경륜에 맞게 울산 발전에 기여할 몫을 감당할 수 있고 후배 공무원들이 공무원으로서 갖춰야 할 덕목을 깨우쳐 줄 수도 있다.”

-공직에서 퇴직한 뒤 일반인 신분으로 바라본 공직의 문제점은.

“대다수 공무원들은 국가관과 공직관이 확립돼 공직자로서 보람을 갖고 국가와 지역 및 국민을 위해 헌신 봉사하는 책임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공직자는 행정 편의주의 자세와 보신주의적 태도로 창의적이고 책임이 따르는 업무를 회피하고, 소극적인 업무 자세로 자기편의 위주로 업무를 처리해 지탄을 받는 경우도 있다. 공직사회의 실질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적극행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혁신 마인드 함양, 성실의무 강화를 위한 교육 등이 필요하다. 공직자는 보람을 먹고 사는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먼저 경청하는 자세가 필요하며, 시대 변화에 따라가는 선제적 지식 충전도 필요하다. 송 시장 취임 이후 잇단 개방직, 별정직 채용으로 기존 공무원 조직과 불협화음이 발생, 시정에 난맥상을 갖고 온다는 지적이 있는데 이는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울산공동모금회 회장과 울산적십자사 회장 등 봉사 단체와도 깊은 인연을 맺었다.

“봉사란 사전적 의미로 남을 위해 일하거나 국가와 사회를 위해 헌신적으로 일하는 뜻을 갖고 있다. 받을 것을 전제로 하지 않고 무조건 주는 사랑이 곧 봉사라고 본다. 또 봉사는 빛이라고 생각한다. 빛은 어두운 곳을 밝히는 동시에 따뜻함을 전해준다. 적십자 회장과 공동모금회장을 맡으면서 많은 봉사자와 기부자를 만났다. 그때마다 주는 손은 복받는 손이고 남을 돕는 마음은 곧 행복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남을 위해 봉사하면 그만큼 더 복을 받으니 그것이 곧 불교에서 말하는 자이이타(自利利他)다. 남을 이롭게 하면 자신도 저절로 이롭게 된다. 다 함께 희생과 봉사로 남을 도와가며 더불어 살아가길 바란다.”

-코로나 시대를 맞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민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는 한마디를 전해 달라.

“경제가 어려운데 코로나까지 겹치며 많은 시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은 훨씬 더 어려운 역경을 이미 이겨낸 경험이 있다. 50년 전 우리나라 국민소득은 80달러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3만달러 시대를 살고 있다. 모두 국민들이 일궈낸 성과다.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복된 땅에 살면서 우리 손으로 오늘의 한국과 울산을 만들었다. 좌절하지 않고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함께 노력한다면 지금의 위기도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글=이춘봉기자 bong@ksilbo.co.kr 사진=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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