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수주난을 겪던 조선업계에 숨통이 트였다. 카타르 국영석유사인 카타르 페트롤리엄(QP)과 현대중공업·대우조선·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3사는 1일 LNG선 관련 계약을 맺었다. 그것도 100척 이상, 700억리얄(약 23조6000억원) 규모에 이른다. 현대중공업·대우조선·삼성중공업이 앞으로 어떻게 수주 선박을 배분할 것이냐는 문제가 남아 있지만, 어쨌든 이번 계약은 울산에게는 그야말로 가뭄 끝에 단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세계 최대 LNG 생산국인 카타르는 최근 LNG 연간 생산량을 기존 7700만t에서 2027년까지 1억2600만t으로 확대하기로 하고 증설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LNG 증산은 곧 대규모 운반선 발주로 이어지게 돼 있다. 이번 계약은 정식 발주는 아니고 대규모 LNG선 발주 권리를 보장하는 약정서를 체결한 것이다. 통상 대규모 건조 사업에선 일단 건조공간(슬롯)을 확보한 뒤 추후에 정식 발주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만일 이번 계약이 정식계약에 이른다면 LNG선 건조 역사상 최대다.

이번 계약으로 조선 3사는 앞으로 7~8년간 LNG선 100척 이상을 확보하게 됐다. 이번 계약을 업체별로 단순하게 나누면 평균 35척으로, 1조1000억~1조6000억원 규모다. 심각한 불황을 겪고 있던 동구에서 앞으로 7~8년 간의 먹거리를 확보한 것은 가히 ‘수주 잭팟’이라고 할 만 하다.

수주 소식이 전해지자 2일 조선주도 급등했다. 계약을 맺은 대형 조선사들은 물론 기자재 업체에까지 투자자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이번 계약은 한국 조선업의 독보적인 기술력을 다시 한번 입증시킨 것이어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울산은 안 그래도 코로나19로 인해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 3대 주력산업이 흔들리고 있는 판국이었다. 특히 동구지역은 최근 인구가 현격히 줄어들어 상권이 활력을 잃어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 가운데 날아든 수주 소식은 동구 주민들뿐만 아니라 시민들에게도 큰 희망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정천석 동구청장은 “카타르 낭보는 조선업 위기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더욱 힘들어 하던 동구주민들에게 큰 희망을 주는 소식”이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현대중공업의 경사는 근로자들의 경사일뿐 아니라 울산시민들의 경사임에 틀림없다. 코로나19로 인해 안 그래도 위축될대로 위축된 지역경제에 이번 ‘수주 잭팟’은 시민들에게 큰 위안이 될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마지막까지 정식계약을 잘 마무리짓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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