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올때 마다 월파 피해를 입었던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에 해안 ‘기립식 차수벽’을 설치하기 위한 절차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4일 부산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1일까지 해운대 마린시티 앞 해저의 지반조사를 진행했다. 마린시티 일대 호안을 추가 매립하고 기립식 차수벽 등 추가 구조물을 설치하기 위한 조사다.

시가 본격 추진하고 있는 기립식 차수벽은 평상시에는 누워있다가 태풍 때 90도로 세워져 월파를 막는 시설을 말한다. 국내에서 월파 방지 목적으로 설치되는 것은 처음이다.

앞서 시는 반복되는 피해를 막기 위해 고정 차수벽으로 기존 호안을 높이거나 해상 방파제를 만드는 방안, 바다 쪽을 일정 부분 매립하는 방안 등을 두고 검토해 왔다.

이 가운데 시는 방제 효과가 검증된 방파제 안을 줄곧 주장했지만 지난 1월 행정안전부는 경제성도 떨어지고 경관도 해친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행안부는 방파제 대신 추가 매립을 기본으로 하는 차수벽 설치를 시에 제안했다. 호안을 메운 뒤 그 위에 2m 높이의 차수벽을 설치한다는 것인데 전체 예산이 790억원에서 375억원으로 절반 이하로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시는 기립식 차수벽 설치 등의 내용이 담긴 기본설계안을 최근 행안부에 제출한뒤 조건부로 채택됐다.

시는 기본설계안 보완을 마친 뒤 올해 안에 기립식 차수벽 공사를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예산은 행안부와 시가 50%씩 부담한다.

한편 기립식 차수벽이 설치된 곳은 국내에 경남 창원의 마산 구항이 유일하다. 이곳은 육지 쪽으로 움푹 들어간 지형에 위치해 태풍이 오더라도 파도가 높지 않아 월파 피해가 적다.

반면 자연재해개선위험지구로 지정된 마린시티는 바다와 바로 맞닿아 있어 태풍이 오면 파도가 거세 강한 월파 방지 기능이 필요한 상황인데 기립식 차수벽이 대안이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박진우기자 iory8274@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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