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한 두려움보다 질병 이해가 필요
발병원인 심리·환경적 요인 등 꼽아
초기 발견 치료땐 뇌기능 손상 덜해
청소년기 오랜 방치…학습능력 저하
주로 약물치료·장기지속형 주사제도
증상 발생했을땐 주변에 도움 청해야

인구의 1% 정도가 조현병을 앓고 있다. 이를 국내 인구로 환산하면 50만명가량이 조현병 환자인 셈이다.

하지만 국내 조현병 환자 상당수가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국내 정신질환자의 정신건강 서비스 이용률은 22.2%에 불과하다. 캐나다 46.5%, 미국 43.1%, 벨기에 39.5%, 뉴질랜드 38.9% 등에 비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정신질환자 스스로 질환이라고 인지하지 못하는 데다 질환이 있어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김지현 마더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함께 조현병에 대해 자세하게 알아본다.

◇본인만 경험하는 증상이 주는 불안함

조현병은 과거 정신분열병이라 불렸다. 뇌기능이 제대로 조율되지 않는 질환으로 느슨해지거나 너무 팽팽한 현악기의 줄을 잘 조율하면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는 것처럼 질환이 있어도 충분히 회복할 수 있다는 의미로 조현병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조현병은 환각과 망상을 주된 증상으로 하는 정신과적 질환이다.

▲ 김지현 마더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지현 마더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최근들어 조현병 환자들의 폭력성으로 인해 발생된 범죄 사건이 부각되면서 이 병에 대해 막연하게 두려움을 갖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고 했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조현병을 진단할 때는 미국 정신과협회에서 만든 정신 장애를 위한 진단 및 통계 편람(DSM-V)을 따르게 된다.

김 전문의는 “여기서 가장 중요한 핵심 증상은 망상, 환각, 와해된 언어다. 조현병 환자들은 자신이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한 증상들을 ‘실제’로 경험하고 있지만 그 증상들은 ‘실재’ 하지 않는 것에서부터 괴리감이 오기 시작한다. 오로지 환자 자신만 경험하는 증상 속에서 불안,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고 설명했다.

환자가 경험하는 환각과 망상을 주변 사람들에게 말하기도 하지만, 결국 본인만 이상한 사람이 된다. 이 때문에 정신과 치료와 멀어지기도 한다.

김 전문의는 “조현병 환자들과 처음 면담할 때, 환자가 가진 증상이 환자만 느끼고 있는 ‘허상’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 증상으로 인해 환자가 겪고 있는 고통, 불안, 괴로움 등에 초점을 맞춰 면담하고 최대한 약물치료를 꾸준히 받아 갈 수 있도록 노력한다”고 했다.

◇심리적·환경적 다양한 요인으로 발병

조현병은 대개 청소년 후반기, 초기 청년기에 많이 발병하고, 여자의 경우에는 50대에도 호발하기도 한다.

김 전문의는 “초발 조현병 환자들을 살펴보면 ‘고립’ 경험을 가진 환자들이 많다. 눈에 드러나는 신체적 폭력과 달리 한 사람을 철저히 고립시키는 따돌림과 같은 조용한 폭력을 경험하게 되면 훗날 큰 트라우마로 남게 된다. 대학생이 되거나 초기 성인기에 들어가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을 때, 또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발생하는 다양한 대인관계 스트레스를 견뎌내지 못하게 하는 약점으로 작용하게 되고, 위축되면서 또 다른 고립을 겪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극도의 스트레스까지 치닫게 되면 그 사람들이 공격할 것 같고, 해칠 것 같은 공포까지 가지게 된다. 그러다 피해망상으로 발전하기도 하고, 아니면 그와 관련된 환청이 시작되기도 하는 등 환자마다 다양한 증상으로 조현병이 발병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조현병이 왜 생기는지는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조현병에 취약한 상태에서 태어난 사람이 극심한 스트레스, 트라우마 등 심리적·환경적으로 조현병이 생기기 쉬운 상황을 만나면 발병할 확률이 높다. 뇌 기능에 문제가 생기는 질환이지만 심리적·환경적 영향도 받는 질환이다.

◇두려움과 공포 가지기 보단 주변 도움 받아야

조현병이 진행하면 뇌 실질이 위축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뇌는 더 많이 손상된다. 따라서 일찍 치료할수록 뇌가 덜 망가져 기능을 잘 회복할 수 있다. 치료를 시작하는 시기가 중요한 이유다.

특히 소아나 청소년은 정신기능이 계속 발달하는 단계에 있기 때문에 증상을 오래 방치하면 학습 능력이 떨어지고 사회에 적응하는 능력을 익히는 데 어려움을 겪어 또래와 많은 차이가 벌어지게 되므로 조기 치료가 더 중요하다

조현병을 조기에 치료하려면 환자가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해야 한다. 하지만 대다수 조현병 환자는 병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거나 인정하지 않는다.

김 전문의는 “대부분 약물치료로 시작한다. 최근에는 한달에 한번, 또는 3개월에 한번만 주사를 맞아 조절할 수 있는 장기지속형 주사제제도 좋은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환자들 스스로 증상들이 조절돼 가는 느낌이 들면 의사와 함께 상의해 약물을 조절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김 전문의는 “조현병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공포를 가지기 보단 질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또 증상이 발생했을 때는 주변 가족, 지인, 병원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조현병 환자들이 좀 더 편안하고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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