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의 기록적인 폭염, 2019년 이례적인 태풍에 이어 2020년은 유례없는 장마가 이어지고 있다. 해를 거듭하면서 기상관측의 기록이 깨지고 있는 요즘이다. 제주도는 6월10일 평년보다 열흘 빨리 장마가 시작돼 7월28일까지 이어졌다. 평균 장마기간 32일은 물론이고 1998년 47일이었던 최장기록도 깨버렸다. 중부지방의 사정은 더 심각하다. 6월24일 장마의 시작은 평범했지만,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기상청의 전망대로 8월14일까지 장맛비가 이어질 경우, 중부지방의 장마 역시 역대 최장 기록(2013년 49일)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기후변화로 인해 북극의 기온상승이 최고치에 달하면서 북극에 갇혀있어야 할 찬 공기가 중위도까지 새어나와 한반도 장마전선의 북상을 막고 있다. 때문에 중부지방으로는 찬공기와 남쪽의 덥고 습한 공기가 맹렬하게 부딪히며 연일 집중호우가 지속되고 있는 반면, 남부지방은 폭염이 이어지는 등 한반도의 좁은 하늘 아래 폭염과 호우의 극명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바로 ‘기후변화’로 초래된 결과이다.

최근 환경부와 기상청은 2014년 이후 6년 만에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을 발간했다. 연구진 120명이 최근 6년간 발표된 1900여 편의 국내외 논문과 보고서를 분석해 한국의 기후변화 상황과 향후 전망을 정리한 것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평균 지표온도는 1880~2012년 동안 0.85℃높아진 반면, 우리나라는 1912~2017년 사이 약 1.8℃로 평균의 배 이상 증가했다. 최근 몇 년간 기온상승이 더 강해지는 특성이 나타나고 있다. 지금 같은 추세로 온실가스가 배출된다면 한국의 연평균 기온은 21세기 말 최대 4.7℃ 높아질 것으로 보고서는 전망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호우과 폭염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지금과 같은 날씨는 일상이 될 것이고, 돌발 집중호우 등으로 인한 홍수 위험과 함께 가뭄의 빈도 역시 늘어나는 다소 모순적인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기후변화로 초래된 결과는 우리의 생명과 직결되는 기후재난을 초래할 것이고, 생태계와 농작물의 변화와 함께 경제위기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정부는 지난 7월, 코로나19로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2022년까지 31.3조원 수준의 투자와 55만 개의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하는 ‘한국형 뉴딜’ 계획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그린뉴딜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여 기후변화 대응과 동시에 고용과 투자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2022년까지 약 13조원을 투입하고, 신규 일자리 13만개를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그린뉴딜을 통해 기후변화 대응과 저탄소사회로의 전환을 이룬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기후변화를 단순한 경제적인 관점에서 일자리 창출과 국가성장 동력 창출을 위한 수단으로만 삼고 현실로 나타나는 기후변화의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하지 않는다면 기후변화는 앞으로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人災)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이번 여름 장마철 집중호우를 통해 교훈으로 삼길 바란다. 날씨칼럼니스트·웨더커뮤니케이션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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