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남창역

▲ 1970년대 외고산 옹기마을에서 생산된 옹기를 남창역에서 옮기는 모습.

일제때 수탈편의 위해 1935년 건립
역사보다 큰 관사, 수탈 규모 짐작
2002년 옛 역사형태 보전 전면보수
‘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로 지정
외고산 옹기마을 6·25 전후해 형성
90년대 옹기사용 줄며 마을도 침체
철도 폐선·유휴·공원 부지 등 활용
옹기마을 관광활성화 계획 본격화

울주군 남창지역은 ‘남녘의 곡창지대’ ‘나랏님의 곡식창고’라 불릴 만큼 예전부터 비옥한 토지를 자랑했다. 조선시대에는 남창 쌀을 임금님께 진상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일제는 수탈의 용이함을 위해 1935년 울산 울주군 온양읍 남창리에 남창역을 개설하고, 12월 보통역으로 영업을 시작했다.

남창역은 2002년에 역사를 전면 보수했으나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형태를 보존하고 있어 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 105호로 지정됐다. 전면에 ‘ㅅ’자형 박공지붕을 얹었으며 후면부에는 두 개의 박공지붕을 겹쳤다. 역사 옆으로 역사보다 큰 규모의 옛 관사도 남아있다. 당시 남창일대에서 벌어진 일제의 자원 수탈 정도를 가늠할 수 있다. 동해남부선 복선사업이 완료되면 기존 역사 북쪽에 새로운 역으로 역무기능이 옮겨진다.

▲ 남창역은 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로 인정받아 사라지지 않고 계속 볼 수 있다.

◇흙·땔감·기후 등 옹기제작에 안성맞춤

남창역의 전성기는 1970~1980년대였다. 역 인근에 위치한 옹기마을에서 생산된 엄청난 양의 옹기가 이 역을 통해서 부산 등 대도시로 팔려나갔고, 1970년 초엔 남창역, 부산항을 거쳐 미국 수출길에 오르기도 했다.

외고산 옹기마을은 6·25 전쟁을 전후해 형성된 마을이다. 당시 경북 영덕에서 옹기를 제작했던 허덕만 옹기장인이 이주해 오면서 옹기업을 하는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 외고산 옹기마을에서 제작된 옹기가 남창역을 통해 부산 등 대도시로 팔려나갔다.

옹기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지역적 조건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외고산 옹기마을은 그 조건들이 충족되는 마을이었다. 마을 주변에 마사 성분 황토와 전통 토가마(토굴)를 지을 양질의 흙이 많았고, 남창들판에 옹기토가 풍부했다. 인근 대운산에서 푸짐한 땔감을 얻을 수 있었고, 적당히 경사진 언덕으로 인해 가마를 짓기에도 유리했다. 여기에 추운 겨울에도 작업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온화한 날씨도 한몫 거들었다. 무엇보다 대량을 옹기를 실어 나를 기차역(남창역)까지 갖췄다.

옹기 사업이 번창할 당시 1970~1990년대 이곳 사람들 대부분이 옹기 일에 매달렸다. 현재 이 마을에 남아 있는 2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초등학생 정도 나이가 되면 부모일을 도왔는데 주로 아침에 옹기를 마당으로 꺼내고 저녁에는 다시 공방안으로 넣는 일을 도왔다고 한다. 아이들을 돌볼 시간 없이 옹기제작하는 일에만 몰두했고, 워낙 벌이가 좋아 당시 부모님이 옹기 일을 한다고 하면 부잣집으로 여겼다고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금 옹기마을 주민들의 사정은 그리 좋지 않다. 옹기업에 종사하는 대부분이 연세가 많고, 옹기도 예전만큼 잘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1990년대 들어서면서 김치냉장고와 플라스틱 용기에 밀러 옹기 장독은 설자리를 잃어갔다. 전통보다 편리함이 대세를 이루기 시작하면서 경영난에 허덕이는 마을 주민이 늘어갔고, 옹기마을에서 가장 큰 큐모를 자랑하던 영남요업도 지난 2017년 폐업했다. 영남요업은 경영이 악화되면서 채무가 쌓였고, 결국 지난해 울주군 재산대장에 이름을 넘겼다.

▲ 기존 역사 복쪽에 새롭게 건립될 남창역 조감도.

◇남창역 비롯 인근 부지 활용해 관광 활성화

남창역은 역사뿐만 아니라 신설 당시의 부속 건물들이 남아 있어 이 또한 볼거리다. 역사 화장실은 옛 창고를 개조한 것이고, 역사 우측편으로 40여m 남짓 걸어 들어가면 일제때 지어진 철도관사도 그대로 남아 있다.

남창역은 여전히 이용객이 많다. 온양읍 주변에 산업단지가 조성돼 있어 인구가 줄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는 남창역 주변까지 크고 작은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있다.

복선전철화 사업이 한창인 현재 남창역은 구내가 매우 어수선하다. 선로 복선화 등으로 매력적인 간이역들이 많이 사라지고 있지만, 남창역은 등록문화재로 인정받아 사라지지 않고 계속 볼 수 있다.

울주군은 남창역을 비롯한 인근 유휴부지 등을 활용해 외고산 옹기마을 관광 활성화를 계획하고 있다. 부족한 주차공간을 확충하고 다체험공간, 빛터널 등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마련해 사계절 관광객이 방문하는 명소로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옹기마을 입구에 위치한 옛 영남요업 부지와 동해남부선 복선전철화 사업으로 생긴 대규모의 철도 폐선부지 및 철도 유휴부지, 기존 옹기문화공원 부지를 활용해 옹기마을의 가치를 극대화할 계획인데 그 부지 총 면적이 10만여㎡에 달한다.

특히 5만2000㎡에 달하는 긴 띠 모양으로 형성된 철도 유휴부지는 위치별로 주차장과 사계절 꽃단지, 미니 동물원 및 꿈동산 등이 제시되고 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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