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있는 노년 보내려면 글 써라”

김용택 시인 경험담 풀어내

38년 초등교사로 깨닳음과

시골 농부의 지혜 등 소개

▲ 김용택 시인이 지난 10일 CK아트홀에서 열린 제10기 비즈니스컬처스쿨(BCS) 13강에서 ‘자연이 말해주는 것을 받아쓰다’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김경우기자
2주 간의 방학이 끝나고 BCS 강의가 지난 10일 CK아트홀에서 재개됐다.

김용택 시인은 어머니, 아내, 고향마을 어르신과 이웃, 고향마을 제자들과 함께 한 지난 세월 경험담을 꾸밈없이 털어놨다. 시인은 마치 잘 아는 이에게 일상사를 알려주는 것 처럼 편안하고 격의없이 이야기했지만 그 속에는 자연의 소중함과 그와 더불어 살아가는 농부의 지혜로움, 그들이 우리에게 들려 준 자연의 소리들, 그리고 생각을 모아 글을 쓴다는 것의 의미, 노년의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는 자기만의 비법들이 들어 있었다.

“우리 어머니는 올해 아흔셋이요. 어머니는 한번도 책을 제대로 읽지 않았어요. 글자를 최근에야 배웠어요. 공부를 안했어도 세상 돌아가는 이치는 누구보다 잘 알더만. ‘사람이 그러면 못쓰제!’ ‘남의 일 같지가 않고만!’ ‘싸워야 잘 자란다!’ 어머니는 항상 이 세가지를 내게 일러줬어요. 바르게 살고, 관계를 소중히 여기고, 이왕 태어난 거 좋은세상 만드는데 고민도 좀 하라는 뜻 아니겠어요.”

시골출신 김 시인은 자연에 의지해 살아가는 농부들이야말로 과학자이자 예술가라고 했다. ‘꾀꼬리가 울면 참깨를 심고, 보리타작 할 때는 토란이 난다.’ ‘소쩍새 울음소리 듣고 땅속의 뱀이 눈을 뜬다’ ‘앞산에 빛낯이 들면 장독뚜껑을 닫고 밭매러 간다’ 마을 어르신들은 자연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그렇게 들려줬다. 시인은 그걸 받아썼다. 그렇게 10여년을 썼더니 어느날 ‘시’가 되더라고 했다.

김 시인은 시인이기 전에 선생이었다. 스물두살 총각 때 교사가 돼 예순살 정년이 될 때까지 꼬박 38년을 초등학교에서 보냈다. 그 중 31년은 고향마을 본인의 모교인 덕지국민학교에서 지냈다. 한 곳에 오래 머물다보니 제자가 시집가고 장가가서 낳은 아들딸들까지 대를 이어 제자가 됐다. 모녀간, 부자간 제자들과의 인연은 퇴직을 하고 일흔셋 노인이 된 지금까지도 계속된다.

“아버지도 가르치고 아들도 가르쳐 봤는데, 하는 짓이 지 애비하고 똑같아요. 걷는 뒷태가 똑닮아서 ‘택수야!’ 불렀더니 이 놈이 홱 돌아보면서 ‘그건 우리 아부지요!’ 합디다. 돌아보면, 내가 뭘 가르친게 아니라 오히려 배웠습니다. 애들은 늘 새로워요. 뭣이든지 다 지 것으로 만드는 재주가 있습니다. 평범한 나무 한그루에서 놀라운 동시가 나옵니다. 무엇이든 오래보면 자세히 알게돼요. 하나를 보면, 열을 알지요. 그것이 인문입니다. 하나를 배워 열을 아는 것!”

시인은 멋있는 노년을 보내려면 꼭 글을 쓰라고 조언했다.

“하루하루 정리하는 글을 쓰세요. 돈 안들이고 심심하지 않게, 늘 새롭게 할 수 있는 일! 그때그때 생각을 글로 쓰세요. 처음부터 시를 쓰네, 소설을 쓰네, 거창하게 덤비지말고, 그냥 쓰세요. 어제와 다른 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지금까지 해 온 생각들을 바꾸고 새로이 변화하는 것. 그게 곧 공부지요.” 홍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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