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보로 맡겨진 아홉살 소녀와
진짜 가족이 돼버린 사채업자
가족영화 ‘담보’ 29일 개봉

▲ 사채업자 두석과 후배 종배가 떼인 돈을 받으러 갔다가 얼떨결에 아홉살 소녀 승이를 담보로 맡아 키우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담보’가 29일 개봉한다.

엄마와 이별하고 오갈 곳 없는 아이, 그런 아이를 위협하는 세상, 기꺼이 세상으로부터 보호막이 되어 준 아저씨.

영화 ‘담보’는 전형적인 가슴 뭉클한 가족영화다. 등장인물의 짠한 속사정부터 겉으로 까칠하게 굴어도 속으로는 누구보다도 서로를 생각하는 관계 설정까지 눈물샘을 자극할 만한 요소들을 두루 갖췄다.

구구절절한 사연으로 관객들의 감정을 쥐어 짜내려고 한 흔적이 역력하지만, 이런 전략이 어김없이 통한다. 뻔한 신파에 울지 않겠다고 다짐한 관객도 어린 아역 배우가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는 장면에서는 훌쩍이게 된다.

‘담보’는 사채업자 두석(성동일)과 후배 종배(김희원)가 떼인 돈을 받으러 갔다가 얼떨결에 아홉살 소녀 승이(박소이)를 담보로 맡아 키우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어른이 된 승이 역은 하지원이 맡았다.

두석은 그야말로 ‘츤데레’(무심한 척 챙겨줌) 캐릭터다. 두석 역을 맡은 성동일의 평소 이미지와도 들어맞아 관객들의 영화 몰입도를 높인다. 성동일 자신도 두식이란 인물을 두고 “그냥 성동일이다”라고 해석했다.

두식은 투덜거리면서도 승이가 보고 싶다고 한 서태지 콘서트에 무단침입하고, 브로마이드를 얻기 위기 양말 속에 고이 숨겨둔 비상금까지 턴다. 승이를 떠맡게 되자 “너희 엄마가 너 버리고 도망갔어”라고 쏘아붙이면서도 막상 승이를 떠나보낼 때는 “아저씨한테 삐삐쳐. 너 삐삐 어떻게 치는지 알지?”라며 마음을 쓴다.

영화 ‘아저씨’(2010)에서 전직 특수요원 태식(원빈)이 범죄조직과 싸워 옆집 소녀를 지켰다면, 두식은 승이를 팔아넘긴 백발 노인에게 몇 번 주먹을 휘두르고, 유일한 재산인 차를 팔아 승이를 지키는 현실 냄새가 폴폴 나는 아저씨다.

그렇다고 ‘담보’가 두식의 헌신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영화는 두식과 승이, 여기에 종배까지 새로운 가족의 탄생을 그리고 있다. 아홉살 아이가 성인이 되기까지 쌓여간 시간 속에서 세 사람이 진정한 가족이 된다는 것이 핵심 메시지다.

‘담보’를 연출한 강대규 감독은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만나 서로에게 기대고, 작은 연민의 감정이 천륜까지 가는 영화”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실제 두식은 승이에게 아저씨에서 아빠로, 승이는 두식에게 담보에서 보석으로 발전한다. 29일 개봉.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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