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철호 시장과 함께한 전시투어

▲ 송철호 울산시장이 2020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가 열리고 있는 태화강국가정원 철새공원 전시현장을 방문해 큐레이터로부터 작품 설명을 듣고 있다. 김경우기자 woo@ksilbo.co.kr

시민들과 작품 보며 소감 나누고
큐레이터 설명중 현장보존 의견에
선호작품·향후 활용방안 질문도
네온사인 작품에선 셀카찍기 도전
내년엔 코로나 벗어나 이벤트 기대

태화강국가정원의 가을이 깊어지고 있다. 울산태화강은 현재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로 인해 그 정취가 절정에 달했다. 올해로 14회 째.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는 울산시민들에게 현대미술의 큰 흐름을 직접 눈 앞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다채로운 작업을 선보여왔고 해마다 기대감을 저버리지 않은 채 지속되는 중이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가을햇살 완연한 그 곳으로 최근 송철호 울산시장이 방문했다. 송 시장은 1시간 여 이상 머물며 18점 모든 설치미술 작품을 유심히 살펴봤고, 시민들과 작품감상에 관한 의견을 공유했으며, 더 나아가 내년 미술제에 대한 기대감을 숨김없이 풀어냈다.

송 시장은 러시아작가 레오니드 티쉬코프의 ‘프라이빗 문’ 앞에서 오랜 시간 머물렀다. 세계 곳곳 아름다운 도시를 돌며 밤하늘 달을 찍어 소개해 온 티쉬코프는 이번 전시에서 ‘초승달’을 활용한 설치미술을 선보였다. 그의 초승달은 태화강 둔치 원두막에 기대어 세워졌다. 작가는 항상 전시 현장을 방문해 중절모와 트렌치코트 차림으로 사진을 찍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는데, 올해는 부득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울산방문은 이뤄지지 못했다. 태화강에 쪽배를 띄워 노를 젓고 싶다는 작가의 바람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 현장에는 오두막에 내려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는 초승달이 전시돼 있을 뿐. 하지만 이 또한 태화강의 가을밤을 환상적으로 연출하며 관람객의 발길을 오랫동안 붙들고 있다. 이같은 설명을 듣고 송 시장은 “작가가 못했으니 나라도 중절모를 쓰고 태화강에 쪽배를 띄워보고 싶어진다. 설명을 들으면 들을수록 작품이 굉장히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송 시장은 장준석 작가의 ‘태화강은행나무숲1길’에서도 은행숲과 예술품이 마치 하나인 듯 어우러졌다며 감탄했다. 숲길에 깔린 세라믹 타일 수는 무려 1700개. 그 모든 세라믹에 새겨진 ‘숲’이라는 한글자 단어는 이를 밟거나 보는 이들에게 새로운 호흡으로 다가왔으며, 그 옆에 은색으로 써놓은 ‘씀바귀’ ‘토끼풀’과 같은 우리 고유의 야생초 마저도 읽는 순간 자연과 함께하고 있음을 일깨우는 듯 했다. 송 시장은 조수혜 2020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 큐레이터로부터 23일 이후에는 세라믹 타일이 전부 시민들에게 나눠질 것이라는 설명을 듣고 “현장에서 받은 감동을 집으로 가져가는 것도 좋겠지만, 작가의 의도를 좀더 많은 이들이 오랫동안 공유할 수 있도록 지금 상태 그대로 놔 두는 것이 오히려 의미가 있겠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 송철호 울산시장이 2020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가 열리고 있는 태화강국가정원 철새공원 전시현장을 방문해 작품을 관람하고 있다. 김경우기자

이밖에 송 시장은 안남용 사진가의 작품 앞에서 수년 전 안 작가와의 쿠바여행 경험담을 털어놓으며 당시의 추억이 작품 속에 담겨있는지 확인했다. 또 최현호 작가의 큰 리본 작품 앞에서는 아침과 오후, 그리고 노을이 지는 시간마다 리본의 색감이 달라지는 자연발광 과정에 관심을 드러냈다. 젊은층 관람객이 가장 좋아하는 하비에르 마르틴의 네온사인 작품에서는 많은 이들이 하는 것처럼 작품을 활용한 셀카 찍기에도 도전했다.

송 시장의 전시 관람은 이문호 작가의 ‘당신 곁에 있는’에서 마무리됐다. 이 작가의 작품은 멀리서 바라볼 때와 달리 가까이 다가설수록 시각적 변화가 많이 일어난다. 멀리서보면 작품 속 틈새가 보이지만 가까이에서는 틈새 아닌 통로나 구멍으로 바뀌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송 시장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사회문제를 대하는 각자의 개념과도 비슷하다. 열린 마음으로 보면 열린 시각이 될 것이고, 닫힌 마음으로 바라보면 벽이 생기는 것과 같다. 야외의 설치미술을 보며 나는 어떤 시각으로 우리 사회를 보고 있나, 그런 생각을 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송 시장은 마지막으로 이 모든 설치미술 작품들이 좀더 많은 시민들에게 알려질 수 있도록 해 줄 것을 당부했다. 시민들이 가장 선호하는 ‘올해의 작품’은 무엇인지, 미술작품의 향후 활용방안에 대해서도 궁금해 했다. 또 내년 전시회에서는 올해 코로나로 시도하지 못한 다채로운 이벤트가 더욱 많아지길 바란다며 기대감도 드러냈다.

한편 2020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는 ‘손 안에 작은 광석’ 주제로 태화강국가정원 철새공원에서 지난 15일 개막해 오는 25일까지 이어진다. 올해의 주제는 우리 주변의 소중한 것에 관심을 두고 그 가치에 새롭게 눈뜨고 영원히 지켜 나가야 한다는 의미다. 도심 속 태화강국가정원 일원의 아름다운 풍경과 여유로운 일상, 그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문화예술 향유의 공간이 바로 우리에게 주어 진 ‘작은 광석’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지금 현장에선 7개국 현대미술 작가들이 완성한 총 18개의 설치미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홍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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