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신재 울산대학교병원 심장내과 교수
3년 전, 37세 여자 환자가 심장에 이상이 있는 것 같다며 울산대학교병원 심장내과를 방문했다. 얼마 전부터 걸을 때 숨이 차고, 흉통이 느껴져 집 근처 병원을 방문했는데, 흉부 엑스레이 사진에 심장 크기가 이상해 보여 큰 병원 진료를 권유받은 것이다. 이 환자는 본 병원에서 심장 초음파 검사와 혈액검사, CT 등을 거쳐 마지막으로 우심도자술을 하고 폐동맥 고혈압 확정을 받았다.

폐동맥 고혈압은 심장에서 폐로 혈액을 공급하는 폐동맥의 혈압이 상승해 발생한다. 대표적인 증상으로 호흡곤란, 흉통, 어지럼증, 부종 등이 있으며 이런 증상은 다른 질환에서도 흔히 발생하는 질환으로 환자와 의료진이 의심하지 않으면 놓치기 십상이다.

폐동맥 고혈압은 뚜렷한 원인이 없고, 질환에 대한 낮은 인식으로 인해 진단받기까지 평균 1.5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히 필자의 환자는 본인이 증상을 인지하고 전문 센터를 찾아 빠르게 발견했고 진단 초기부터 적극적인 약물 치료를 병행해 현재까지도 일상생활을 잘 유지하고 있지만, 발병 후 진단받지 못하고 올바른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을 시 생존 기간은 3년도 채 되지 않는다.

폐동맥 고혈압은 치료를 하더라도 완치가 어려운 희귀난치성 질환이기 때문에 병의 진행을 더 이상 막을 수 없는 시점이 존재한다. 해당 시점을 넘기기 전 치료에 집중해야 치료 경과도 좋고 기대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프랑스, 미국, 우리나라에서 진행된 폐동맥 고혈압 등록 연구 결과, 조기 진단 환자의 생존율은 진단이 늦은 환자 대비 약 3배 가량 높아지기 때문에 조기에 진단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최근 폐동맥 고혈압의 다양한 치료제가 도입됨에 따라 진단 초기부터 여러 치료제를 함께 사용하는 병용 치료를 할 경우, 환자의 기대 생존율이 7.6년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폐동맥 고혈압은 선천성 심장질환이나 자가면역질환 등 발병 원인도 다양하고 기저질환에 따라 치료 효과도 달라지기 때문에, 최상의 치료 효과를 내기 위해 심장내과, 호흡기내과, 류마티스내과 등 다학제 진료가 필요하다.

폐동맥 고혈압은 뒤늦게 진단될 경우 사망까지 이어질 수 있는 매우 치명적인 질환이지만 조기 진단과 적극적인 치료만 가능하다면 일상으로의 회귀가 충분한 질환이다.

3개월에서 6개월마다 내원해 정기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전문의와 함께 질환의 진행 정도를 체크하고, 환자 상태에 따른 적합한 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예후가 불량한 질환이라고 지레 겁먹지 말고, 빈번한 호흡곤란과 가슴 통증이 느껴진다면 전문 병원을 방문해 폐동맥 고혈압 검사를 받아 볼 것을 권장한다.

폐동맥 고혈압은 분명 관리가 가능한 질환이기 때문에, 의료진을 믿고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치료를 이어간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김신재 울산대학교병원 심장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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